미국 유통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쌓인 재고 처분을 위해 눈물의 폭탄 세일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요지부동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유통업체들이 때아닌 파격 세일에 나서고 있다. 수백억 달러 어치의 옷과 신발들이 창고에 쌓여 있어서다. 예전 같으면 매장 세일을 진행했겠지만, 코로나19로 매장을 열지 못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캘빈클라인 모회사인 PVH그룹의 매니 키리코 최고경영자(CEO)는 “옷은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좋아지는 와인이 아니다”라면서 “재고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내년에 판매하려고 재고를 묶어두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유행이 빠른 패션의 특성상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이에 업체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대대적인 파격 할인에 들어갔다. ‘4월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린 셈이다. 미국 유통업계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 주 금요일에 연중 최대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미국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는 지난주 봄옷을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또 다른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도 40% 할인에 들어갔고, 의류·액세서리 기업 제이크루는 봄 신상품을 60%, 갭(GAP)은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60%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프라샨트 아그라왈 임팩트애널리틱스 대표는 “4월의 블랙프라이데이”라면서 “대부분의 의류, 신발 등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가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눈물의 폭탄세일에도 소비자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라쿠텐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매장은 물론 온라인 판매도 3월 9일 이후 매주 감소했다. 4월 첫째 주에는 전년 동기 대비 20%나 급감했다.
유통업체들은 다른 판매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여의치 않다. 원래는 티제이맥스나 로스 같은 창고형 할인 매장에 넘기는 방식으로 재고를 털어내지만, 지금은 이들 할인 매장도 제품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해외 수출도 코로나19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혀 불가능하다.
존 커난 코원앤코 애널리스트는 “갈 곳을 잃은 오래된 재고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면서 “유통업계에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