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 부른 러시아와 사우디 갈등...사실은 미국 겨냥한 협공?

입력 2020-03-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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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락으로 미국 셰일산업 타격...최대 석유 생산국 지위도 흔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브릿지 밑을 지나는 석유 탱크. EPA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브릿지 밑을 지나는 석유 탱크. 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감산 합의 불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들의 공격 대상은 사실상 미국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급락은 표면적으로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촉발됐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10개 동맹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 장관급 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불발로 유가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가 반대했다. 이에 사우디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사우디는 지난 7일 유가를 20% 대폭 인하하고,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인 산유량을 4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00만 배럴까지 증산한다고 예고했다.

러시아도 맞불을 놨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4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가격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로써 유가는 1991년 걸프전 이래 최고 낙폭을 기록하며 폭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산유국 간 갈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석유산업을 겨냥한 협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세계 원자재 수석 전략가는 “OPEC 지도부는 가격 폭락 사태로 러시아와 사우디가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러시아는 서둘러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단순히 미국 셰일 기업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미국 석유량이 풍족했기에 가능했던 산유국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 정책을 겨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석유 생산을 늘려 해외 의존도를 낮춰야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원유 생산국에 대한 제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또한 지난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2’ 가스관 완공을 앞두고 미국 제재로 공사가 중단된 데 대해 러시아는 보복을 천명해 왔다.

대니얼 예르긴 IHS 마킷 부회장은 ”러시아는 미국 제재로 노르드 스트림2 파이프 라인 완공이 중단된 것에 분명 굴욕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시장에서 러시아의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파이프라인 건설에 줄곧 반대해왔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 협공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들이 촉발한 유가전쟁은 결과적으로 미국 석유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게 됐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서의 미국 지위도 흔들렸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셰일업체들에 비상이 걸려서다.

미국 셰일업체인 다이아몬드백에너지와 파슬리에너지는 이날 시추 활동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내달 가동 중인 유정 중 2곳을 중단하고 상반기 내에 1곳을 더 닫기로 했다. 파슬리에너지 역시 원유 채굴 장비 가동 수를 기존 15개에서 12개로 줄일 계획이다. 유가가 낮아 원유를 생산하면 손해가 나는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다른 셰일 업체들도 생산 감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셰일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증시에서는 수익 하락과 파산 위험을 반영해 셰일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미 셰일 기업 아파치와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의 주가는 각각 54%와 52% 하락했다.

CNN도 “미국이 과거와 달리 석유 순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이 된 만큼 유가 급락으로 인한 경제충격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이나 1991년보다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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