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글로벌 시장, ‘逆오일쇼크’에 블랙 먼데이

입력 2020-03-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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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러시아 유가전쟁에 국제유가 20달러대로 폭락 -글로벌 증시 일제히 폭락...안전자산 선호 심리 최고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촉발한 산유국 간 유가 전쟁이 ‘역(逆) 오일쇼크’를 일으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9일 세계 증시는 일제히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9% 떨어진 1954.77, 코스닥지수는 4.38% 내린 614.6으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1.9원 오른 1204.2원에 장을 마쳤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7% 떨어진 1만9698.76으로 약 1년 2개월 만에 2만 선이 무너졌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2~5%대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폭락세를 보이며 ‘검은 월요일’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S&P500 선물거래(E-미니)지수는 아시아 시장에서 개장 직후 2819로 전 거래일 대비 5%,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거래제한을 발동하기도 했다. CME의 거래제한 발동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보도가 나온 2016년 11월 8일 밤 이후 처음이다. 호주 시드니 S&P/ASX200도 5% 넘게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 혼란의 주범은 산유국 간 유가 전쟁이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주요 10개 산유국 연합) 장관급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 불발로 원유 가격 전쟁에 불이 붙었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를 우려해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이날 국제 석유거래시장이 열리기 직전 OPEC 맹주인 사우디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결정적 한 방을 날리면서 유가 전쟁에 불을 지폈다. 사우디는 유가를 20% 대폭 할인하고,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인 산유량을 4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00만 배럴까지 증산한다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지역 경질유 공식 판매 가격이 배럴당 6달러 낮아지고, 미국은 7달러, 유럽은 8달러 낮아진다.

러시아도 맞불을 놨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4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가격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원유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자 국제유가는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9일 시간 외 거래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45달러에서 31.54달러로 약 30% 폭락했다. 하루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낙폭이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도 30% 넘게 하락해 한때 배럴당 27.59달러로 주저앉았다. 하루 낙폭으로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였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엔화 가치가 3년 4개월 만에 달러당 101엔 대까지 치솟는 ‘엔고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추락, 한때 0.5% 이하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자살행위”라고 경종을 울리는 등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밥 맥날리 라피단에너지그룹 대표는 “수요 급감과 공급 급증이 동시에 벌어지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1930년대 초 이래 최고의 가격 하락 조합이다. 가격 붕괴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설립자는 “현재 원유가 시장에서 코로나19보다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브렌트유가 계속해서 추락하면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석유는 미국 경제에 필수적”이라며 “석유산업은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기업은 채권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엑손모빌의 선임 중동 자문을 지내고 현재 전략 컨설팅 업체 드래고맨벤처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리 케더리는 “국제유가 20달러(배럴당)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실질적인 ‘원투 펀치’가 돼 이라크와 이란 등 산유국들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에드워드 벨 에미리트NBD 상품 애널리스트는 “OPEC 멤버들이 현재 실질적인 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격 전쟁에 대비할 것”이라며 “당초 이들은 코로나19 발발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자 감산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충격적인 반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CNBC는 원유시장이 공급 홍수와 재고 급증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충격이 이미 가격 측면에서 시장에 강하게 충격을 준 가운데 앞으로 등장할 공급 급증으로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며, 이제 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2~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추고, 수 주 안에 가격이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TI 가격 전망은 배럴당 30달러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브렌트유 57.50달러, WTI 52.50달러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역오일쇼크

수요 급감에 따른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을 촉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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