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함께하는 시간] 공생을 넘어 상생하며 발전한 식물

입력 2020-02-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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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새봄을 기다리는 식물원은 요즘,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관람객 수를 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설 전후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지구 전체가 서로 얼마나 많이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너무나 잘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들은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중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생장하는 능력을 가진 식물들은 그 자체로 또는 열매로써 동물들에게 먹이가 됩니다.

동물들도 사체가 썩어 토양을 통해 식물의 유기양분이 되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식물의 번식을 돕기도 합니다. 다람쥐가 먹이로 숨겨놓은 도토리가 잘 보존되었다가 봄에 발아하여 식물체로 자라게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도토리는 다람쥐의 먹이로 도움을 주고, 다람쥐는 혼자서 땅속에 들어갈 수 없는 도토리를 땅속에 묻어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또, 여러 종류의 식물들은 씨앗이 새의 소화기관을 거쳐야만 발아합니다. 이 식물들은 씨앗이 들어있는 열매의 과육을 동물에게 제공하면서 번식에 도움을 받는 공생의 예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희귀한 벌레잡이 식물인 네펜테스 종류 중의 하나는 박쥐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이 식물은 벌레를 잡아 양분을 보충할 뿐만 아니라 긴 술잔처럼 생긴 벌레잡이 통을 특별한 형태로 발달시켜 박쥐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대가를 받습니다. 이 박쥐는 기생충도 없고 안락한 네펜테스의 통속에서 낮잠을 자면서 배설을 하는데, 배설물 속에 든 질소가 이 식물의 중요한 질소 섭취원 중의 하나가 됩니다.

식물은 이 밖에도 다양한 곤충과 미생물들과도 공생을 넘어 상생하며 조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는 혹이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혹은 뿌리혹박테리아 세균이 뿌리에 공생하면서 만든 구조물입니다. 혹 안에서 뿌리혹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식물에게 제공합니다. 반면에 식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이 세균에게 탄수화물과 같은 유기 양분을 공급해 줍니다. 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이러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여,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어울려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식물과 다른 생물과의 가장 극적인 공생의 예는 동식물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와 식물 세포 내에 있는 엽록체일 것입니다.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인 ATP라는 물질을 만드는 과정인 세포호흡을 하는 곳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세포내 소기관입니다.

놀랍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우연히 세포에 들어와 아예 정착한 세균이라는 것입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 세균이 세포와 공생하면서 막대한 ATP를 제공하고 그 대신 영양분과 안전을 보장받는 관계를 맺은 것이 현재의 미토콘드리아라는 것입니다. 식물의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도 같은 과정으로 식물 세포 내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들의 공생이 생명체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평가받습니다.

수많은 공생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쪽이 더 도움을 받는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식물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경쟁이 아닌 공생, 공생을 넘어서는 상생과 조화로 더욱 발전한 것이 더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다시 한번 생명체들의 공생을 깊게 마음에 새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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