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휴전에도 ‘중국 엑소더스’ 계속…HP·델, 노트북 생산 30% 동남아 이관 검토

입력 2019-07-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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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아마존 등도 하드웨어 생산 이전 고려…에이서·아수스텍 등 대만 업체들도 탈중국 모색

▲글로벌 PC 시장점유율. 2018년 기준. 단위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HP/레노버/델/애플/에이서/기타.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글로벌 PC 시장점유율. 2018년 기준. 단위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HP/레노버/델/애플/에이서/기타.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휴전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Exodus)’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1, 3위 PC 생산업체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이 노트북 생산의 최대 30%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HP와 델은 중국 장쑤성과 상하이, 충칭시 등에 ‘전자제품 수탁생산업체(EMS)’들에 위탁한 노트북 생산의 20~30%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이전 대상 후보로는 베트남과 필리핀, 대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르면 7~9월 생산 이전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른 IT 대기업들도 새로운 옵션을 찾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엑스박스 생산 일부를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아마존닷컴은 킨들과 에코 스피커 생산에 대해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이서와 아수스텍 등 대만 업체들은 물론 심지어 중국 업체인 레노버그룹도 탈중국을 모색하고 있다.

MS와 더불어 글로벌 게임콘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소니와 닌텐도도 중국 엑소더스에 나설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별도로 만나 무역협상 재개와 추가 관세 부과 보류 등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기술기업들은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중국의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어서 생산기지 이전 계획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미국시장으로 향하는 제품 생산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닛케이는 지난달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의 최대 30%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위탁생산업체들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버와 통신장비 등 핵심 전자부품 생산업체들도 미국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생산기지 이전에 나섰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서버를 생산하는 콴타컴퓨터와 폭스콘테크놀로지, 인벤텍은 모두 일부 생산을 중국에서 대만과 멕시코, 체코 등으로 옮겼다.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 위협을 피하고 잠재적인 국가안보 위협에 따른 고객사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움직임은 수십 년간 지속된 중국 수출 성장세를 주도했던 전자업체들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PC 생산국이다. 중국 데이터제공업체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전자산업 수출입은 1991년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으나 2017년 1조3500억 달러로 무려 136배 성장했다. 현재 PC와 스마트폰 관련 고용인원은 1000만 명 규모에 달한다. 그만큼 기업들의 생산 거점 이전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대만 경제리서치연구소의 다슨 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그만큼 미국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많은 공장 근로자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등 더 큰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HP와 델은 지난해 전 세계에 총 7000만 대의 노트북을 판매했으며 그 중 대부분이 충칭과 쿤산 등 중국에서 생산됐다. 노트북은 지난해 1억6000만 대 이상이 팔려 스마트폰(14억 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전자기기였다.

충칭시 당국은 올해 노트북 생산량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인 1000만 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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