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연준은 “연준의 통화 긴축정책이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CNBC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은 5일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라 불리는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이 경제에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상화 방침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직후 나온 대응이다.
크리스토퍼 J. 닐리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부문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조정하는 것이 실질 활동을 줄이고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방침 때문에 2018년 자산 시장의 약세가 나타난 게 아니고 향후 벌어질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보유자산을 정상화하는 양적긴축에 나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사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매달 최대 500억 달러어치를 줄여왔다. 이를 통해 한때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보유자산은 4조 달러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올 3월 연준은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줄여가다 보유자산이 1조 달러에 이르는 9월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양적긴축 중단은 물론 나아가 연준이 또 다른 완화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미국 노동부가 3월 고용통계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노동부는 3월 고용이 예상을 뛰어넘은 19만6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실업률도 50년 만에 최저치인 3.8%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2018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에 비해 2.9%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좋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비판을 고려해 트럼프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계속 공격해왔다. 연준 때문에 2018년 4분기 주식시장 붕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만 아니었으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 그들이 우리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양적완화(QE)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닐리는 양적긴축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계속돼 위기 이전 추세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점진적인 축소가 가진 효과를 강조했다. 이어 “점진적인 축소는 급격한 축소와 다르다. 급격한 축소의 경우에는 자산 매각 발표가 즉시 뒤따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예상 가능한 모든 변화를 수반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연준의 자산 매입이 2014년 끝났고 2015년 금리인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긴축 방침은 금융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또 “연준의 자산 축소가 아주 적은 규모였기 때문에 시장이 이를 체감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