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종구와 이동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입력 2019-04-0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벼리 금융부 기자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정책금융 수장의 무게도 그렇다. 거대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윤 극대화를 고심한다.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여지없이 철수를 결정한다. 이때부터 ‘그’ 지역의 구조조정은 시작되고, 정책금융의 역할이 막중해진다.

최근에 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에이미 골드스타인이 쓴 ‘제인스빌 이야기’다. 부제는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미국 제인스빌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 폐쇄를 결정한 후 5년간의 일을 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효용 가치는 두 가지다. 한 거대 기업이 특정 지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제인스빌에서 GM은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아니었다. GM은 제인스빌 공장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는 ‘사용자’에서 더 나아가, 제인스빌이라는 지역 자체를 받치는 거대한 밑돌이었다. 제인스빌의 지역 라디오 뉴스 시간은 GM 공장의 근무 교대 주기에 맞춰 편성됐고, 식료품 가격은 GM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에 맞춰 올랐다.

GM이 언제, 어디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골드스타인은 보여준다. 제인스빌 공장 폐쇄까지 GM의 결정에 제인스빌 시민들은 안도와 불안, 좌절을 잇따라 경험한다. 2005년 GM의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제인스빌이 살아남은 다음 날 지역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휴’였다. 불과 3년 뒤 GM은 제인스빌 공장의 폐쇄 결정을 내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원서를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다음이 아니었을까. 이 두 수장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을까.

한국에서 GM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한 과정 끝에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GM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지난해 말 계약 이후 GM 철수를 막을 장치는 이제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GM에서 새로 배정된 SUV 물량이 잘 팔리기 바랄 뿐”이라고 체념했다. SUV 판매량은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제인스빌 폐쇄 또한 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평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GM 부평공장에서 내뱉은 ‘휴’가 언제 ‘아뿔싸’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블랙록 ETF 운용자산, 그레이스케일 넘었다…글로벌 투자액 전 분기 대비 40% 증가 外 [글로벌 코인마켓]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162,000
    • +0.5%
    • 이더리움
    • 5,257,000
    • +2.32%
    • 비트코인 캐시
    • 703,500
    • +1.3%
    • 리플
    • 729
    • -0.82%
    • 솔라나
    • 244,700
    • -0.53%
    • 에이다
    • 668
    • -0.3%
    • 이오스
    • 1,176
    • +0%
    • 트론
    • 164
    • -3.53%
    • 스텔라루멘
    • 154
    • +0.6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300
    • -1.99%
    • 체인링크
    • 23,020
    • +0.83%
    • 샌드박스
    • 637
    • +0.3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