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한다. 다른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18일 삼성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월까지 연구개발비(정부 보조금 제외) 13조3428억 원을 집행했다. 작년 같은 기간(12조2300억 원)보다 약 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정부 보조금 제외)에만 16조8031억 원을 투자, 이 부문에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작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매년 수십조 원을 연구개발비으로 쓰는 배경에는 치열해진 경영 환경이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경쟁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5세대(90단 이상) 3D 낸드를 양산하는 업체지만, SK하이닉스가 96단 4D 낸드를 개발하는 등 다른 업체들의 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카메라, 배터리 성능을 놓고 화웨이, LG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폴더블폰 개발 수준을 놓고 서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49주년 행사에서 “진화하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 고도화 노력을 통해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3계층의 연구 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은 △1~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산하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 미래 유망주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 기술원으로 나뉘어 있다.
또한, 올해에만 6곳(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에 AI(인공지능) 센터를 설립하는 등 새 먹거리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AI, 5G, 바이오사업 등 4차 산업혁명 중심이 될 사업에 대해 약 2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