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브리핑] CPTPP 출범과 우리의 향후 과제

입력 2018-03-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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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 통상장관들이 모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서명한다. 작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자간 무역협정은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 14개월 만의 일이다. 미국의 탈퇴로 당초보다 규모가 쪼그라들었지만 여전히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지난 1년간 다른 회원국들은 미국의 복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1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가 더 나은 협정(A Better Deal)이라면 복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호주 턴불 총리가 지난달 미·호주 정상회담 때 트럼프와 면담하면서 협정 복귀를 적극 건의했고, 곧 고위급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기존 협정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협정 명칭에 ‘포괄적·점진적(Comprehensive & Progressive)’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협정의 개방 수준이 너무 높고, 개도국 회원국의 국내 상황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비판 등을 고려해 명칭을 수정한 것이다. 과거 협상을 주도한 미국 대신 일본 대표가 중앙에 앉아 호주와 뉴질랜드 대표의 보조를 받는 것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협정문 핵심 조항을 그대로 두고 일부 조항만 적용을 유예하여 언제든지 미국이 다시 들어올 여지를 남긴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전체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기존 발효 요건은 삭제되고, 6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60일 이내 무조건 발효된다. 순조롭게 각국 의회 비준을 마친다면 내년 상반기 발효가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일본은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얻을 것이 있다는 판단 아래 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 축소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이 협정은 일본 기업의 아·태지역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다방면의 포석이 깔려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농산물 수출에서 경쟁국인 미국보다 기존 FTA 수준을 넘어선 유리한 조건을 얻게 되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여의치 않더라도 거대한 아·태지역 시장을 뚫을 수 있는 활로를 찾게 되었다.

특히 캐나다는 작년 11월 하노이 협상 막판에 자국 문화 산업에서의 예외 조치를 요구하여, 추후 서신 교환으로 이 문제를 풀기로 하였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는 각각 국내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국영기업과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소득을 얻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서 CPTPP 부활을 축하하고 싶지만, 향후 우리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점이 큰 걱정이다. CPTPP 출범을 남의 일처럼 구경할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심만 표명한 상태이고, 아직 뚜렷한 입장을 표명한 바 없다.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최근에는 영국이 적극적이다. 통상 현안이 엄중한 현시점에서 우리의 협상 우선순위는 한·미 FTA 개정에 둘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관심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우리는 12번째 CPTPP 회원국이 될 것을 희망한다는 명확한 의사를 전달해 한 다리를 걸쳐놓는 것이 통상 전략 차원에서 유리하다. 트럼프가 마음을 바꿔 CPTPP 복귀를 실행에 옮기기 이전에 우리 메가 FTA 전략과 신통상 로드맵을 하루빨리 확정해 변화된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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