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인공지능(AI) 등이 세계 경제와 시장을 움직일 핵심요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교체되면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대형 인수ㆍ합병(M&A)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요한 시장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 의장 교체=역사상 첫 여성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연준은 불과 4년 만에 수장이 또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옐런이 ‘비둘기파’적인 행보로 경기를 뒷받침한 것에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연준에 자신의 족적이 남기를 바란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옐런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시장은 신임 연준 의장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다. 파월이 공화당원이지만 옐런처럼 신중하고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선호해왔기 때문. 파월은 내년 미국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되거나 반대로 둔화하는 등 요동치지 않도록 연준의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조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파월은 트럼프가 ‘연준 의장 연임 허용’이라는 전례를 깨고 임명한 인사여서 임기 중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될 전망이다. 파월은 내년 2월 3일 제16대 연준 의장에 취임한다.
◇규제냐, 시장 자율이냐…기로에 놓인 가상화폐=세계 각국 정부는 2018년에도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시장 자율에 맡길지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9월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는 등 강경책을 취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내년 1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사용을 금지한다. 한국도 가상화폐 투기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규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거래 허용으로 가상화폐의 제도권 시장 진입 물꼬를 텄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금융상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시행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해 가상화폐를 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블록체인의 피터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과 외환 등 다른 자산들처럼 내년에 가상화폐를 매입해 보유할 수 있다”며 “국제무역에도 가상화폐가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이 가상화폐를 무작정 규제하기보다는 활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격화하는 AI 시대=내년에 인공지능(AI)이 얼마나 더 진화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자율주행차량과 선박에서부터 암 진단 등 의학적 용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AI 관련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에코’ 등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교류에서 음성인식 기술이 더욱 보편화될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중국과 미국이 기초연구에 계속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요 플랫폼의 본거지 역할도 하면서 앞으로 수년간 AI 부문에서 독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AI를 중심으로 한 자동화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일어나 사회 양극화를 확대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몸살 앓는 지구촌=2018년에도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지구촌은 기후변화로 더욱 심해진 자연재해를 겪었다. 지진과 허리케인, 홍수와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CNBC는 1980년에서 2016년까지 미국에서 연평균 5.5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지만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하면 그 두 배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 주 보험국은 10월 나파·소노마밸리 산불로 인해 94억 달러의 보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8,9월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는 735억 달러, 어마는 630억 달러, 마리아는 7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멕시코는 대형 지진을, 동남아시아는 홍수를 겪었다. 그러나 대책은 부진하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원안대로 기후변화 대책이 실현되기에는 어려움이 클 전망이다.
◇글로벌 대형 M&A 가속화=첨단 기술의 발달과 세계 인구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내년에도 산업계 지형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는 미국 대형 약국체인 CVS헬스가 건강보험사 애트나를 인수했고, 아마존이 식료품 유통업체 홀푸즈를 인수하는 등 굵직한 거래가 성사됐다. 아마존이 제약업까지 손을 뻗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년에도 M&A 시장은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해 미디어 업계에 대격변을 예고했다. 인수는 내년 말 마무리될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각국의 반독점법 위반 심리와 승인이다. 앞서 미 법무부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AT&T와 법무부는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놓고 분쟁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첫 공판은 내년 3월 19일이며 내년 안에 결말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에도 반독점법이 마지막 관문으로 작용한다. 도시바는 지난 9월 도시바메모리를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와의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각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