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은 물론 금지 농약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까지 검출됐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계속해서 틀린 정보를 발표한 정부는 이 같은 내용도 숨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주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경북의 친환경 농가 2곳에서 DDT가 검출됐다.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해당 2개 농가는 기존의 살충제 부적합 명단에 포함된 곳이다. 농식품부는 18일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DDT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DDT 검출 사실을 제외하고 시중 유통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이를 알린 것이다.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49개 농가를 제외한 친환경 인증기준 위배 37개 농가에는 DDT 검출 농가 외에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검출 농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무항생제 계란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은 기존 5종에서 3종이 추가돼 총 8종으로 늘어났다. 추가된 농약 성분은 DDT,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3종이다.
DDT가 나온 농가 2곳의 계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잔류 허용기준치(0.1mg/kg) 이하로 각각 0.028mg/kg, 0.047mg/kg 검출돼 일반 유통이 가능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그러나 전수조사 결과 발표 당시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대로 시중에 유통시키면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잘못된 정보를 발표해 왔다. 부적합 농가를 적합 명단에 넣는가 하면, 적합 농장을 부적합 명단에 포함시켜 혼선을 빚고 농가들의 피해를 야기했다. 계란 껍데기 번호(난각코드)는 번번이 틀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론을 통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상당수 농가에 미리 알려 샘플용 계란을 준비시키거나, 무작위로 선별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농가가 검사용으로 깨끗한 계란을 제출하면 넘어간 꼴이다.
이에 농식품부가 121개 농가를 재검사해 2개 농가에서 살충제가 나왔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전수검사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또 전국 420개 농가는 살충제 성분 검사항목이 누락돼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18일 발표 당시 정부는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을 조사해 81개 농가(일반 18곳, 친환경 31곳, 친환경 37곳은 일반농가 기준 허용치 이내)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3일 내 전수검사라는 목표로 무리하게 속도를 냈지만, 정확성을 놓쳐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퇴직 후 친환경 인증기관에 들어간 ‘농피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13%는 농관원 퇴직자가 대표로 재취업한 것이다. 민간업체의 전체 인증직원 600여 명 중 80명은 농관원 출신이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살충제 계란 농가 상당수는 농피아를 영입한 업체들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농관원 퇴직자 중 일부가 친환경 인증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도 선제적 대응과는 거리가 먼, 살충제 계란 사태가 드러난 이후 대책으로 농피아 문제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친환경 인증기관과 관련한 부실 인증, 유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할 방침”이라며 “인증기관의 기준과 요건을 강화하고 이에 미달한 기관은 통폐합을 유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