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음에도 남은 11개국이 현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빠지면서 협정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지만 관세와 무역규칙 등 이미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두면서 TPP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TPP 출범이 공식 선언될 수 있도록 5월부터 본격적인 설득에 들어간다. 우선 5월 2~3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TPP 수석교섭관 회의에서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같은 달 하순 베트남에서 APEC 무역장관 회의에 맞춰 열리는 TPP 각료회의에서 11개국의 유대를 재확인한다.
아소 다로 부총리가 19일 미국 뉴욕 강연에서 이를 거론하고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이 그다음 날 기자회견에 환영을 표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TPP는 미국의 이탈로 표류 상태에 있다. 일본은 당초 미국이 빠진 TPP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입장을 바꿨다. 전자상거래와 지적재산권 보호 등 TPP 협상에서 합의된 규칙이 일본과 역내 전체 성장으로 이어지고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용이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TPP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트럼프가 무역정책에서 강경 노선을 수정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계획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의 이탈로 TPP 협정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미국 시장 개방을 대가로 자국의 국영기업 팽창을 제한하고 통신·소매·금융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외무성의 한 관리는 “각국이 내용 재검토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수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베트남은 북미시장을 겨냥한 아시아의 수출기지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어 TPP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더욱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페루와 칠레 등 남미 회원국은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 페루 무역장관은 “중국은 아·태 지역의 주요한 국가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