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침묵의 지지자들은 그녀들을 구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1-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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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부장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가 1973년에 한 말인데, 지금 미국 대선 판세가 딱 이렇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대선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7월 종결했던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다시 들쑤시기 전까지는 말이다. 3차 대선후보 TV토론 후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던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고,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은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일으킨 이메일 스캔들의 핵심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에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봤다는 것이다.

‘이게 트럼프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미국민에게 중대한 사안이란 말인가?’ 두 자릿수였던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로 확 줄어든 걸 보면 진짜 그런가 보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국무부 도메인의 이메일 계정조차 없었다. 퍼펙트프라이버시와 네트워크솔루션스라는 사설 서버업체의 계정을 썼다. 보안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메일 설정 실수로 TLS 인증(암호화해 송수신하는 통신 절차)이 상대적으로 해킹하기 쉬운 상태였다고 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해킹방지프로그램이 있음에도 클린턴이 사설 서버를 사용한 것 자체가 수수께끼라고도 했다.

한 나라의 요직에 있는 인사의 이메일 계정은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 국무장관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다. 이메일을 세계 지도자와의 대화 창구로 삼거나 자국 대통령이나 부처, 타국과의 기밀을 다루기도 할 테니까. 만일 클린턴의 이메일이 해킹을 당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각에서는 클린턴이 이메일을 멋대로 삭제하기 위해 사설 서버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무부 계정의 이메일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저장이 의무화돼 있는데, 공적 기록으로 남기기에 부적절한 내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봄 클린턴의 한 측근이 FBI 관계자에게 연락해 클린턴의 서버에 있는 2012년 리비아 뱅가지 사태와 관련한 이메일 분류를 ‘기밀문서’에서 ‘비기밀문서’로 격하해 달라고 설득을 시도한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클린턴이 위법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FBI는 7월에 사건을 종결하면서 “불법 행위 의도가 없고, 그의 행동에서도 중대 과실에 이르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불거진 FBI의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천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공화당 성향의 인사여서일까. 아니면 나라의 지도자를 결정하는 거사를 앞두고 그 어떤 부정도 묵과해선 안 된다는 사명감 때문일까.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은 ‘공(公)’·‘사(私)’ 구분을 못해 국가 기밀을 지인(최순실)에게 유출한 것도 모자라 국정에까지 개입하게 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국격의 추락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 아베 신조 총리 특사를 접견할 당시 관련 문건이 최순실 씨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의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선 실세란 사람이 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어이없음에서다. 이는 한일 양국 정부가 조심스럽게 재추진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또다시 엎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협정을 체결하면 양국 간 군사기밀 등을 공유하게 되는데, 해당 기밀까지 민간인에게 누설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 일 수 있다. 이는 과거사 청산·독도 영유권 문제와는 별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패거리의 국정 농단 사태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 여당은 물론 마지막 남은 지지층의 신의까지도 잃은 것 같다. 이런 박 대통령에게 아직도 숨은 지지자들이 남아 있을까.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국가 기밀을 소홀히 다룬 건 자국민을 위험에 빠트린 것과 다름없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민에게는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둘 다 꺼림칙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클린턴이 기댈 수 있는 건 부동층이다. 그리고 숨은 지지자들이다. 침묵의 지지자들이 과연 그의 구명줄이 되어줄 것인가. 심판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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