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와 승자’ 야후와 구글의 운명은 어디서부터 엇갈렸을까

입력 2016-07-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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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의 선구자였던 야후와 후발주자였던 구글의 운명은 어디서부터 엇갈린 것일까.

야후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웹 사이트로 인터넷의 정점에 군림, 시가총액은 1250억 달러(약 142조 원)에 달했다. 그 무렵, 구글은 검색 사이트로 겨우 이름을 알린 신흥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시가총액 5160억 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치가 높은 기업이며, 지난해 순이익은 163억5000만 달러였다. 반면 지난해 43억6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야후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에 인터넷 사업 등의 핵심 자산을 48억 달러에 팔아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건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건 한결같은 기술을 추구한 경영진의 집념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승자인 구글의 경우, 거대 온라인 광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에 끊임없이 주력한 경영진의 일관성이 있었던 반면, 야후는 기술 자체보다는 콘텐츠에 역점을 둔 역대 6명의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방침이 흔들리면서 사업 모델이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야후는 원래 인간에 의한 큐레이션(수집·분류·공개)이 원점이기 때문에 기술력은 그다지 깊이가 없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1994년 인터넷 세계에서 상호 연결성 없이 표류하던 수백개의 웹사이트의 인덱스를 수동 입력해 작성한 것이 야후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회사의 디렉토리에 추가해달라는 사이트 소유자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 뉴스와 이메일, 채팅 등의 기능을 늘리면서 포털 사이트로서의 입지를 쌓아갔다.

그런 한편에서 같은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다른 접근 방식으로 구글을 창업했다. 그들은 콘텐츠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을 떠도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이것은 완전히 자동화된 방법으로, 야후의 인덱스를 곧바로 따라잡았다. 인터넷 이용이 늘어날 수록 구글은 야후보다 훨씬 쉽게 확대해나갈 수 있었다.

야후는 결국 2000년에 검색엔진으로서 구글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검색엔진 업계사이트 ‘서치엔진랜드’를 창업한 대니 설리번은 “구글은 자동화된 검색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기술을 구축했다. 야후는 사이트 분류에 인력을 계속 사용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야후) 방침 전환을 시도했을 때 이미 구글은 검색엔진으로서 최고의 입지를 다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구글의 경영진은 계속 검색 서비스에 집중했다. 구글 검색엔진의 품질은 검색을 통해 요구와 흥미를 이 회사에 전달한 수백만의 사용자를 매료시켰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광고를 붙이는 사업을 하고, 광고 공간을 입찰제로 하는 등 수익성 높은 요금과 광고 클릭 횟수 증가로 연결시켰다. 이러한 광고 사업은 현대에서 가장 성공적인 상업 모델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알파벳의 지난해 매출은 750억 달러였는데, 그 중 90% 가까이가 광고 사업이 차지했다.

구글의 이러한 성공을 목격한 야후는 방침 전환을 시도, 2004년에 구글과의 제휴를 해소했다. 검색 기업 및 IT 광고 회사를 인수해 구글과 경쟁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야후는 구글처럼 광고주를 유치하지 못했고, 미디어 부문의 전략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구글 전 임원이자 야후 현 CEO인 마리사 메이어는 2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프로풋볼(NFL) 방영권 취득 등 여러가지 사업을 시도했지만 매출 감소를 막지 못했다.

페이지, 브린 두 사람은 직원 중에서도 엔지니어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기술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그것은 적어도 총 1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7가지 제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도 앱인 ‘구글맵’과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 워드스트림의 창업자 래리 킴은 2001년 구글의 채용 면접 도중 복잡한 알고리즘을 그 자리에서 작성해 보라던 경험을 떠올리며, “초보자 수준의 프로그래머 일 치고는 매우 고도의 컴퓨터 과학의 과제였다”며 “이 회사는 창업자들의 DNA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페이지, 브린, 에릭 슈미트 3명의 경영자는 지금도 알파벳의 경영을 담당하며, 의결권 있는 주식의 절반을 갖고 사업을 일관성있게 꾸려 나가고 있다. 그들이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한 건 차기 더 큰 기술 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야후는 최전성기 이후 거의 아무런 혁신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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