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원양자원 거짓공시에 해외기업 불신 확산…전문가들 “당국역할 확대해야”

입력 2016-07-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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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 파문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기업을 향한 투자자의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과거 1000억 원대의 분식회계 적발로 중국 기업 불신을 키웠던 ‘고섬 사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분위기다. 해외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한국거래소와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해외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해외기업에 대한 우려를 다시 확산시킨 주인공은 중국원양자원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마지막으로 남은 중국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 4월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74억 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는 내용을 허위로 공시했다. 회사에 악재가 될 만한 내용을 거짓으로 공시한 사례는 처음이어서 투자자들은 황당해했다.

◇중국원양자원이 되살린 ‘고섬 트라우마’ = 현재 국내 증시에는 코스피 2개사, 코스닥 13개사 등 총 15개 해외기업이 상장돼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1개사로 가장 많고 뒤이어 미국(2개사), 일본(1개사), 라오스(1개사) 등이다.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하면 2조8709억 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중국원양자원을 계기로 지난 2011년 ‘고섬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며 중국을 포함한 해외기업 전체를 싸잡아 불신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 고섬이 2011년 1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1000억 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나는 거래가 정지됐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고섬은 2013년 10월 퇴출당했고 국내 투자자들은 2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고섬사태 외에도 2012년 상장 폐지된 연합과기부터 지난해 상장폐지된 평차산업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했던 해외기업은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국 기업은 지금까지 총 18곳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지만 이 중 7곳이 상장 폐지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2011년 11월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한 코웰이홀딩스를 제외하면 모두 강제 퇴출당했다.

다시 한국 증시를 노크하고 있는 해외기업들은 최근 분위기를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달 말 코스닥 상장 예정이던 중국기업 헝성그룹은 최근 상장 일정을 미뤘다. 올해 1월 상장한 중국기업 크리스탈신소재 또한 최근 홈페이지에 ‘개별 기업의 문제를 전체 중국 기업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올해를 ‘외국 기업 상장 재개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던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해외기업 상장심사·관리기능 강화해야” = 거래소는 중국원양자원 문제가 중국기업 전체가 아닌 중국원양자원 개별기업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중국기업의 증시 교란이 잊을 만하면 불거지면서 거래소의 상장심사와 금융당국의 관리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시장 관계자들은 해외기업 상장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언급한다. 해외기업은 상장심사 단계부터 국내기업과 비교하면 정밀한 심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회계가 적정한지 확인하는 실사를 진행하긴 하지만 현지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주관사는 수수료를 벌고자 기업에 유리한 실사 보고서를 내게 되고, 거래소는 주관사가 제출한 자료가 정확한지 자세하게 알 방법이 거의 없다.

애초부터 제대로 된 해외기업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 인사는 “과거 거래소가 해외기업 상장 유치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홍콩시장, 대만시장, 미국시장 등에 상장하려고 대기하던 기업들이 갑자기 한국 증시가 열렸는데, 이때 사양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한국 증시로 눈을 돌렸다”면서 “오라는 곳 많은 ‘알짜배기’ 기업이 까다로운 한국 증시의 상장요건에 굳이 회사 지배구조를 맞춰서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기업의 건전성 지표를 보면 해외기업 15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162.53%로 코스피(76.00%)의 약 2배, 코스닥(60.50%)의 약 2.7배 수준이다. 해외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1.69%로 코스피와 코스닥 평균보다 높지만 부채비율은 그보다 더 높다. 투자자들이 일거에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그만큼 더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하고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중국 현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제재 부과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상장 주선인(증권사)은 형식적인 실사에서 벗어나야 하고 관계기관들은 엄정한 사전 심사를 통해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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