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클래스스토리] '편하게 아름답게' 59년간 한국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입력 2016-07-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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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1960년대 번듯한 신사복 차림의 한 남성이 공항 세관을 통과하다 세관원의 제지를 받았다. 제지를 받은 남성의 트렁크 안에는 온갖 알록달록한 여성 속옷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세관원은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많은 여성 속옷을 외국에서 가지고 왔는지 해명을 요구했고, 그 남성은 직업을 밝히고 빼곡히 메모가 적힌 수첩까지 보여주고 나서야 어렵사리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속옷기업 ㈜남영비비안의 창업주 남상수 명예회장의 일화다. 고쟁이와 속적삼이 속옷의 전부이던 시절, 한국 여성들도 선진국의 여성들처럼 아름다운 옷맵시를 뽐내며 당당하게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브랜드 비비안은 시작됐다.

◇여성 속옷 시장을 이끄는 힘, 노하우와 기술력 = 남영비비안은 모체인 무역회사 남영산업이 1954년 설립되면서 시작된다. 원래 남영산업은 무역회사로 출발했다. 그리고 3년 후인 1957년 ㈜남영비비안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 속옷사업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생산한 란제리를 국내보다 해외로 수출하는 데 주력해 1970~1980년대에는 여성 속옷 단일품목으로 수출 쿼터 70%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 상공의 날 동탑산업훈장, 1985년 은탑산업훈장, 1992년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그리고 1973년 국내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비비안(VIVIEN)’을 선보이면서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비비안은 당시 광고 및 홍보 업무를 맡고 있던 판매촉진 부서에 의해 고안된 상표명이다. 여성의 대표적 이름으로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받침이 많지 않아 부르기 편한 3음절의 이름이라는 기준에 맞게 결정된 브랜드명이었다.

비비안은 한국 여성 속옷의 대표 브랜드로 기능성과 편안함을 기반으로 해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다. 과거의 속옷이 갖고 있던 생활필수품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편안한 기능을 겸비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온 것이 비결이었다.

남영비비안은 순수 자체 기술을 통해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확대해 나갔다. 1997년 9월에는 업계 최초로 보정 기능을 강화한 전문 브랜드인 ‘BBM(Best Body Make Collection)’을, 1998년에는 순수 국내 기술의 임산부 전용 브랜드인 ‘마터니티(Maternity)’를 선보였다.

◇비비안이 적어 내려간 한국 속옷의 역사 = 기능성과 편안함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비비안은 젊고 현대적인 여성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여러 히트상품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그 활약은 1990년대 이후 두드러졌다.

당시 여성들에게는 브래지어를 통해 가슴을 커 보이게 한다는 것이 낯설었고, 오히려 가슴이 크면 부담스럽게 보인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비안은 과감하고 당당한 자신감을 내세우며 가슴을 커 보이게 하는 볼륨업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볼륨업 브라’를 선보였다. 볼륨업 브래지어의 효시가 된 이 제품을 통해 여성들은 볼륨감 있는 몸매가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볼륨업 패드를 사용한 이 제품은 큰 인기를 끌어, 발매 10개월 만에 100만 매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속옷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게 된다.

이후 1998년 비비안이 선보인 ‘노브라’는 국내 몰드 브래지어의 효시가 된 제품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몸에 밀착되는 이른바 ‘쫄티’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는데, 당시 레이스나 장식이 있는 일반 브래지어를 그대로 입어 브래지어의 라인이나 색상이 비치곤 했다. 이에 ‘겉으로 보이지 않는 깔끔한 브래지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데 비비안의 ‘노브라’가 이를 해결했다. ‘입지 않음’을 뜻하는 노브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출시 두 달 만에 10만 매 이상이 판매됐다.

브래지어 어깨끈을 액세서리의 하나로 자리 잡게 한 비비안 ‘투씨브라’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투씨브라에 처음 사용된 투명 어깨끈은 기존의 관념을 깨면서 어깨끈을 액세서리처럼 활용하는 패션을 선도했다. 그 이후로 브래지어의 어깨끈은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출시되면서 한때 여성들의 여름 필수품이 됐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력을 더해가며 비비안은 매년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비비안은 몰드컵에 있는 미세한 구멍인 에어홀(Air hole)을 통해 상쾌한 착용감을 주는 ‘에어홀릭’ 브라를 출시했다. 에어홀릭 브라에는 200여 개의 에어홀이 있는 몰드컵이 사용됐다. 이 에어홀을 통해 공기가 드나들면서 통기성을 높여 한층 시원하고 상쾌한 착용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에어홀 몰드컵은 올해 봄, 여름 시즌을 겨냥한 ‘스위트볼륨’ 브라에도 사용됐다.

비비안은 란제리뿐 아니라 여성용 레그웨어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스타킹인 ‘무궁화’ 스타킹의 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봉제선을 없앤 심리스 스타킹, 국내 최초의 고탄력 스타킹 등을 선보이면서 국내 스타킹 시장을 선두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젊은 감각의 소통 = 오랜 기간 쌓아온 비비안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굳게 자리 잡았지만, 그 시간의 흐름만큼 오래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비비안은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활용하는 SNS 채널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젊은 감각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2012년 오픈한 비비안 페이스북은 ‘여성들의 자신감 고취를 위해 늘 당신을 응원하는 친구’라는 테마로 브랜드와 제품과 관련한 콘텐츠는 물론, 주 사용자인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생활형 콘텐츠와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를 활용해 폭넓게 소통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비비안 페이스북 누적 팬 수가 오픈 3년 만에 1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공식 인스타그램도 오픈했다. 비비안 인스타그램은 속옷과 패션을 접목한 감각적인 이미지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팔로워 수는 1200명이 넘어 현재는 4300명에 이른다. 팔로워들의 반응을 나타내는 ‘좋아요’ 수도 각각 콘텐츠마다 4000개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블로그, 대학생 서포터스 등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비비안은 SNS 채널을 활용한 다양한 영상도 선보여 좋은 반응을 받았다. 작년 봄, 비비안은 패션업체로서는 처음으로 SNS 드라마를 선보였다. SNS 드라마는 TV가 아닌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짧은 분량의 드라마로, 온라인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방송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비안 모델 조인성 주연의 이 드라마는 예고편을 포함해 총 4회로 구성됐으며, 비비안의 SNS 채널을 통해 일주일 간격으로 공개됐다. 페이스북에서는 드라마 4회의 총 누적 조회수가 330만을 넘길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드라마 마케팅’ 부분 우수사례로도 선정됐다. SNS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0월에는 새로운 형태의 SNS 영화를 선보였다. ‘가슴이 하는 사랑법’이라는 타이틀의 이 영상도 유튜브에서는 75만 회, 페이스북에서는 330만 회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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