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형 프리우스를 기다린 적이 없다. 차라리 터보를 선택한 새빨간 페라리나, 전투기 같은 람보르기니를 기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신형 프리우스는 수퍼카만큼이나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좋든 싫든 이렇게 극적인 변화는 우리의 시선을 낚아챈다. 묘하게 생긴 헤드램프는 자꾸만 눈에 거슬렸고, 생소한 실루엣은 어딘지 모르게 보기 불편했다. 정말 신형 프리우스는 이토록 독특한 디자인이 필요했을까? 그들의 강단 있는 선택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4세대로 거듭난 프리우스는 안팎으로 변화가 절실했다. 최초 프리우스가 세상에 뛰쳐나왔던 당시, 프리우스에게 집중된 신기한 이목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완전히 새로운 파워트레인, 생경한 디자인, 혁신적인 연비조차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프리우스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선택이자,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의 특별한 자동차가 됐다. 덕분에 영향력은 수퍼카를 압도했다. 프리우스를 타면서 남들의 시선을 즐기기도 좋았고, 프리우스 운전대를 잡으면 왠지 지구를 지키는 착한면서 똑똑한 소비자 반열에 동참하는 기분이었다. 토요타는 그런 프리우스가 자랑스러웠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우후죽순으로 경쟁차가 생겨났지만, 그때마다 프리우스는 경쟁차를 확실하게 압도했다. 어느새 토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의 원조로 통했다. 하지만 일인자의 위치는 언제나 불안한 법이다. 4세대 프리우스가 잔뜩 긴장하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다.
프리우스 디자인 컨셉트는 아이코닉 휴먼테크. 즉, 철저하게 인간중심이면서 한 눈에 프리우스임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디자인이 필요했다. 프리우스의 상징인 트라이앵글 실루엣을 고수하고, 노즈 앞 끝을 70밀리미터, 보닛 뒤끝을 52밀리미터 낮춰 공격적인 비율을 만들어냈다. 그곳에 날카롭게 치켜 뜬 헤드램프와 안개등을 기하학적으로 이어 붙였다. 긴 설명 필요 없는 오묘한 얼굴이다. 천만다행인 건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모습이 한결 낫다는 것. 한편 전반적인 몸매는 더 이상 해치백이 아니었다. 마치 물의 저항을 파고드는 심해어처럼 단순하고 날렵하게 빠졌다.
구형에 비하면 높이를 20밀리미터 내렸고, 루프 최상단을 170밀리미터 앞으로 당겼으니, 우리 눈에 어색한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프리우스는 세계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 0.24Cd를 달성했다. 보기에는 낯설어도 철저하게 이유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셈이다. 한껏 치켜 올라간 트렁크리드 역시 공력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형상. 덕분에 위아래로 휘몰아치는 공기흐름을 서로 상쇄하며, 시속 30km만 넘어서면 리어 스포일러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인테리어는 아름다움을 떠나서 실로 과학적이다. 운전자가 자주 조작하는 오퍼레이션 영역은 가깝게, 시선을 잡아두는 디스플레이 영역은 윈드실드 바로 아래에 배치해 실리를 따졌다. 얼핏 보면 상당히 복잡한 레이아웃을 가져갔지만 실제로 운전하는 데는 불만이 없다. 프리우스만의 차별화는 소재와 질감에서 더 분명해진다.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트림을 부드러운 면질로 다듬고, 프런트 콘솔 트레이는 도자기 욕조처럼 촉촉한 습도감을 표현했다. 소재가 결정하는 실내 분위기는 한껏 화사하다. 특히 반짝반짝 빛나는 광택감은 여러모로 만족감이 높다. 물론 지문이 묻기 전까지 말이다.
4세대 프리우스의 핵심은 의외로 플랫폼에 있었다. 보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토요타의 전사적인 구조개혁에 힘입어 본격적인 모듈러 플랫폼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의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이다. 잘 만든 플랫폼 하나면 수십 가지의 조합으로 다양한 모델을 쏟아낼 테니, 모듈러 플랫폼의 영향력은 역시 막강하다. TNGA가 허투루 완성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말이다. TNGA의 특혜는 고스란히 신형 프리우스로 이어졌다. 저중심, 높은 강성으로 완성한 섀시와 안전하고 쾌적한 실내공간이 주제가 됐고, 덤으로 넓은 트렁크공간까지 챙겼다.
실제로 우리가 시승한 프리우스는 부쩍 성숙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거듭나 있었다. 달리고 서고 돌아나가는, 매우 기본적인 운동성능에 누구보다 충실했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맥퍼슨 스트럿과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프리우스는 이제 만인의 자동차가 되어야 했다. 덕분에 승차감은 언제나 정제되고 거친 노면의 충격조차 푸근하게 걸러낸다. 더불어 부쩍 향상된 핸들링이 신형 프리우스의 포인트다. 이제 마냥 연비만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벗어나 보다 활기차고 믿음직한 코너링을 선사하며 젊은 소비자에게 손짓한다.
한때, 프리우스가 유럽시장에서 외면 받은 이유는 무딘 주행성능 때문이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여러 가지 부품으로 이상적인 무게배분에 불리했고, 연비에 초점이 맞춰진 둔한 가속능력도 불만거리였다. 그래서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보다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드로틀 세팅이 가미됐다. 이제 적은 액셀 조작으로도 가속감이 뚜렷하다. 비결은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하는 가속구간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 그렇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정점에 달했다.
새로운 모터는 효율을 책임지며 다이어트에 성공. 실제로 출력이 줄었지만 더 빠르게 회전한다. 1.8리터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ZR-FXE 엔진은 디젤엔진에 육박하는 열효율 40퍼센트를 달성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세계 정상 수준이다.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분배통로와 흡기포트의 형상을 변경하고, 배기열 회수기와 전동 워터펌프를 적용해 냉간시 연비까지 알뜰하게 살린 결과였다.
프리우스와 함께 달리는 동안 어색했던 외모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사실 엉뚱한 인테리어조차 금세 눈에 익었고 인간공학적인 설계는 어느새 몸에 딱 맞았다. 프리우스 외모를 두고 괴물 같다고 비아냥대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프리우스의 수준 높은 주행감각에 젖어들어 잠시 잊었나 보다. 경쾌하게 달린 뒤 차에 내리면서 다시 봤는데 역시 외모는 아직도 편하지 않다. 조금 더 지나면 우리 눈에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첫인상 때보다 나아진 것도 같다. 어쨌든 프리우스의 매력은 분명하다.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을 맛볼 수 있고, 똑똑한 토요타의 차 만들기 실력은 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빠르게 몸으로 흡수된다. 이제 효율과 연비는 기본이 됐고, 맛깔 나는 주행성능으로 듬뿍 토핑한 진짜 하이브리드를 만날 기회다.
글 김장원 사진 최대일
친환경 히스토리
프리우스는 라틴어로 ‘선구자’라는 의미. 이름처럼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자신 있게 달았다.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토요타는 세계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인 것이다. 혁신으로 시작해 대중화까지. 프리우스의 히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초대 프리우스
1995년, 도쿄모터쇼에 등장한 토요타의 컨셉트카는 미래를 제시했다.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실은 것. 그리고 2년 뒤, 꿈은 현실이 됐다.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21세기를 맞이하러 나왔습니다.”
2세대 프리우스
2세대 프리우스는 도약의 단계다. 2003년 풀모델체인지로 거듭난 2세대 프리우스는 완벽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정착했다.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한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가 도입됐고, 할리우드 유명인사의 애마가 된 것도 바로 2세대 프리우스였다.
3세대 프리우스
높은 연비를 달성했다. 성능은 좋아졌지만, 가격은 억제해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실현했다. 2013년에는 168만8천 대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의 ‘카 오브 더 이어’를 두 번째로 석권한다.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프리우스 역시 3세대 모델이다.
4세대 프리우스
4세대 프리우스는 숙성의 단계를 맞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TNGA로 토요타차의 선구자로 나섰다. 열효율을 끌어올린 가솔린엔진과 이질감을 없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가히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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