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끝판왕, 홍미노트3 사용기

입력 2015-12-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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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새로운 스마트폰 홍미노트3를 사용해보았다. 이 제품을 한참 사용 중일 때, 샤오미가 라텍스 매트리스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라. 과연 토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샤오미답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따위는 그들의 거대한 지구 정복 계획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릴 조종할 리모컨이랄까? 자, 쓸데없는 소리는 넣어두고 바로 제품을 살펴보자.

현재 완벽한 한글화는 되지 않아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한국어 로케일을 설치해 사용해야 했다. 일부 기능만 한글로 나오고 대부분은 중국어나 영어로 표시돼 조금 불편하다.

디자인부터 시작해야겠지. 이 제품을 두고 HTC를 닮았느니 아이폰을 닮았느니 말이 많더라. 근데 나는 솔직히 단번에 특정 모델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이 정도면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샤오미의 스마트폰 디자인 수준이 가파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물론 패키지 디자인은 노골적으로 A모 브랜드의 i모 제품과 비슷하다. 특히 측면은 쌍둥이 수준. 이전 홍미노트는 재생지 느낌의 패키지 디자인이었는데, 한층 더 사과 박스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잘 안 열리는 것도 비슷하다.

홍미노트3는 풀메탈 바디로 한층 도도해졌다. 첫눈에 살펴봤을 때는 이게 정말 샤오미의 저가폰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마감이 훌륭하더라. 게다가 광택이나 질감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리뷰용 제품은 골드 컬러인데 은은한 컬러 처리가 마음에 든다.

이제 ‘mi’ 로고도 고급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게 삼성이나 LG 같이 뼈대 있는(?) 브랜드보다 뉴페이스 샤오미의 간결한 로고가 훨씬 더 보기 좋다. 내 눈에만 그런가? 스마트폰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녹아든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모든 스마트폰 디자인을 종결짓는 국내 이통사 로고가 찍혀있지 않아서 더더욱 좋다.

[아이폰6s와 비교한 모습]

두께는 가장 얇은 부분이 8.65mm. 갤럭시노트5의 두께가 7.6mm이니 어디 가서 날씬하단 소리는 듣기 힘든 몸매다. 그런데 후면에 적용한 자연스러운 커브드 바디 덕에 손에 잡히는 느낌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얇아서 아슬아슬했던 다른 스마트폰보다 안정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 안에 4,000mAh의 배터리가 가득 차 있을 것을 생각하면 두께 따위는 용서할 수 있다.

이제 화면을 보자. 홍미노트3는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화면을 활성화하고 나면 뜻밖의 이너베젤이 우리를 반긴다. 화면의 네 모서리를 까맣게 두르고 있는 ‘구라베젤’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지만 이번에도 용서하자.

밝기도 충분하고, 화질도 크게 부족함은 없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디스플레이는 아니다. 흰 화면에 조금 푸르스름한 빛이 돌아서 전체적으로 색표현이 왜곡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대신 디스플레이의 색감이나 대비를 설정에서 조정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에 따라 실시간으로 화면 대비를 조정해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독서모드를 선택하면 화면의 색온도를 낮춰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여주는 깨알 같은 디테일은 칭찬할만한 요소.

스마트폰을 간단하게 사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트 모드’도 있다. 보통 효도 모드라고 부르는 기능인데 과하게 단순하다. 우리 어머니처럼 스마트 기기 사용에 밝은 사람은 자존심 상하겠다.

제일 놀란 건 지문인식 속도다. 전작인 홍미노트2와 홍미노트3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지문인식 센서다. 샤오미는 후면 카메라 밑에 위치한 이 센서로 0.3초 만에 잠금 해제할 수 있다고 오두방정을 떨더라. 물론 나는 믿지 않았다.

속는 셈 치고 왼손과 오른손의 검지 지문을 등록해 보았다. 어쩐지 이 센서를 타고 내 지문 정보가 흘러흘러 중국 어딘가에 도달할 것 같다는 찝찝함이 있었지만…. 자, 잠금 해제를 시도해보자.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빠르다. 너무 빨라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손가락이 닿음과 동시에 빠릿하게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0.3초인지 아닌지는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체감하기엔 아이폰 터치ID보다 빠른 것 같더라. 센서 면적이 조금 더 넓어서 그럴까? 샤오미의 모든 역량을 지문인식 센서에 집중한 것 같은 어메이징한 속도다.

소프트키를 눌렀을 때의 반응도 빠르고 경쾌하다. 홍미노트3는 안드로이드 롤리팝 기반의 MIUI7으로 구동된다. 안드로이드를 만지는 솜씨가 제법이다. 멀티태스킹 기능도 마음에 든다. 가장 좌측 소프트키를 누르면 멀티태스킹 화면으로 진입한다.

앱 아이콘을 위로 살짝 들어올리면 종료할 수 있으며, 아래로 살짝 잡아당기면 잠금 상태가 된다. 잠금 설정이 된 프로그램은 전체 종료를 선택해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합친 듯한 직관적이고 재밌는 조작이다.

또, 소프트키를 한 방향으로 슬라이드 하면 해당 방향으로 화면이 축소되는 한손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손 크기에 따라 4.5인치, 4인치, 3.5인치 중 알맞게 설정할 수 있다.

MIUI의 잔재미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테마 설정이다. 온갖 컨셉의 테마가 있는데, 요즘은 한국 아이돌 테마 디자인이 인기더라. 나는 애플워치 UI를 그대로 베낀 ‘iWatch’ 테마를 적용해보았다. 깨알 같이 아이콘 디자인까지 베껴온 솜씨에 감탄했다.

잠금 화면에서 각각의 아이콘을 누르면 실제 앱으로 연결된다. 뭐, 이 테마를 가지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느니 하며 진지하게 덤빌 필요는 없다. 그냥 재밌는 패러디다. 샤오미에 애플 아이콘을 씌우다니. 위트 있는 그림이 아닌가.

이제 성능에 대해 가볍게 언급해볼까. 전작인 홍미노트2와 동일한 프로세서를 사용했기 때문에 성능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다. 홍미노트3에는 미디어텍의 2.2GHz 옥타코어 프로세서 헬리오 X10이 들어갔다. RAM은 2GB.

[위는 기본 설정, 아래는 그래픽 설정을 최저로 바꾼 것]

아스팔트 같은 캐주얼 3D 게임을 돌리기엔 전혀 무리 없는 수준이다. 조금 더 극한 상황을 체험해보자 싶어, 저사양 스마트폰들을 서럽게 하기로 유명한 게임 ‘HIT’를 플레이해 보았다. 아아, 그래픽 성능이 받쳐주지 못해 버벅대기 시작한다. 프레임이 끊어지는 건 물론 이펙트가 시꺼멓게 표시되어 내 캐릭터조차 잘 보이지 않는 사태가… 다행히 그래픽 설정을 최저로 바꾸니 그럭저럭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을 필요로 하는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게이머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갤럭시를 사자. 홍미노트3 자체 설정에서 퍼포먼스 모드를 따로 선택할 수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는 점을 느낄 수 없었다.

무거운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고 해서 홍미노트3의 성능이 형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안정적이고 준수한 성능의 CPU인데 그에 비해 GPU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하드한 게임 외의 다른 조작들은 부드럽고 가볍다고 느꼈다. 게다가 발열을 아주 잘 잡았다.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해도 거북할 만큼 열이 느껴지는 일이 없었다. 발열이 없다는 것은 배터리 성능으로도 이어진다.

가볍게 벤치마크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다. 확실히 밸런스 모드보다 퍼포먼스 모드로 테스트 했을 때 점수가 조금 더 높다. 대체로 갤럭시 노트4 아래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 이제 대망의 배터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솔직히 홍미노트3의 매력은 첫째도 배터리, 둘째도 배터리, 셋째도 배터리다. 얼마 전 애플이 출시한 무시무시한 꼽추 디자인의 배터리 케이스가 얼마인지 떠올려보자. 1,877mAh의 보조배터리를 품고 13만 9000원이다. 그런데 샤오미 홍미노트3는 일체형 디자인 안에 4,000mAh라는 충격적인 용량의 배터리를 담아놨다. 그러고도 고작 10만원 대(현지 출시가 기준). 배터리 가격만 따져도 이득, 이득, 핵이득이다.

실제 사용 시간도 놀라울 만큼 길다. 리뷰를 위해 일주일간 가지고 다니며 사용했는데, 솔직히 자주 쓰진 않았다. 가끔 꺼내서 사진 찍고, 앱도 다운로드 받고, 게임도 하고, 웹서핑 하고. 그래도 매일매일 꾸준히 사용했는데 충전 없이 4일을 버텼다. 배터리 소모 속도도 아주 더디다. 이렇게 힘세고 오래가는 녀석은 처음이다. 배터리 10%가 남아있어도 그다지 불안하지 않다. 나중엔 대체 왜 안 꺼지는 걸까 의문이 생길 정도.

샤오미 홍미노트3 사용기의 마무리는 카메라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워낙 잘 나와서 기대를 걸어보았는데, 처참한 수준이다. 처음엔 내 손이 문제인가 싶어 여러 명에게 사진을 찍어보라 권했다. 10명 정도를 상대로 테스트해본 결과 내 문제가 아니었다.

흔들림이 심해서 야간 촬영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홍미노트3로 촬영한 사진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1600만 화소라는 엄청난 숫자에 현혹될 필욘 없겠다. 이건 그냥 예의상 달려있는 카메라인 것 같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초점이 잘 맞는다면 화질이나 심도 표현 등은 썩 훌륭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진이 다 흔들리기 때문에… 다행인 건 전면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었을 땐 뽀얗고 예쁘게 나온다는 거.

이리저리 단점을 많이 언급한 것 같지만, 홍미노트3의 뛰어난 가성비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중국 현지 출시가를 생각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가 리뷰한 제품의 가격은 999위안, 그러니까 약 17만원 대다. 이 가격에 이렇게 큰 디스플레이와 힘센 배터리를 얻을 수 있다면 거저 쓰는 수준이 아닌가. 완벽한 제품은 아닐지언정, 무시무시한 제품인 건 확실하다. 일단 홍미노트3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조만간 또 다른 대륙의 소식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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