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기업의 제멋대로 외래어 브랜드…국민 혼란 가중

입력 2014-04-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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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업무 때문에 영국에 가는 이들에게 체스터에 꼭 들러 볼 것을 권한다. 맨체스터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이 도시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다. 거의 매일 비가 와서 늘 우산을 챙겨야 하고,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우중충한 나라로 잘 알려진 영국이지만 봄철만큼은 화사하고 쾌적함을 만끽할 수 있으니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체스터는 2000년 이상 된 로마시대의 성벽과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품고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과 노르만, 고딕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녹아 있는 체스터 대성당은 영국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영국 방문자들에게 체스터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형 아웃렛의 매력 때문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맥아더글렌 아웃렛 가운데 영국에서 가장 큰 체셔 오크 디자이너 아웃렛이 바로 체스터에 있다. 버버리, 폴로, 휴고 보스 등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마크 앤 스펜서, 넥스트 등 하이스트리트 브랜드까지 150개 이상의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우아한 건축 양식과 어우러지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잘 조성돼 있어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체스터에 갈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도 도심부터 외곽까지 아웃렛 전성시대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알뜰 소비패턴이 보편화되면서 아웃렛이 백화점을 밀어내고 ‘쇼핑의 꽃’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에만 10여개의 대형 아웃렛이 등장했다. 롯데, 신세계, 뉴코어에 이어 현대백화점도 서울 외곽 등지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아웃렛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웃렛이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착한 가격’ 때문이다. 제철이 지났거나 1~2년 이상 된 재고상품이지만 평소 갖고 싶었던 물품을 정가 대비 절반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형 아웃렛 이름에선 실망감을 떨쳐 낼 수가 없다. 롯데아울렛,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뉴코아아울렛, 이천일아울렛…. 지극히 현실음에 치우친 잘못된 표기 때문이다.

‘outlet’의 외래어 표기는 ‘아웃렛’이다. 말할 때 비음화(콧소리되기)로 인해 [아운넫]으로, 유음화(‘ㄴ’이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변하는 현상)로 [아울렏] 등으로 발음되지만 표기할 때는 원어 발음대로 ‘아웃렛’으로 써야 한다. 굿럭(Good Luck)이 [굴럭]으로 발음되지만 ‘굿럭’으로 표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업들의 외래어 표기의 오류는 비일비재하다. 현대차의 쏘나타(Sonata·소나타)·엑센트(Accent·액센트)를 비롯해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Paris Baguette·파리바게트), CJ푸드빌의 ‘뚜레쥬르’(Tous les Jours·투레주르) 등 넘쳐난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표기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이니 고유명사로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표기로 인해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당 기업에 바른 표기로 바꾸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각 업계에서 경쟁력이 높은 기업이기에 사업의 영역 확장만큼이나 우리말의 바른 표기에도 신경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려함을 강조하며 가격만 올린다고 다 명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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