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이 주춤해진 원인으로 ‘나쁜 펀드’가 판매되는 관행이 지목됐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선정하는 액티브 펀드와 계열사 펀드 위주로 공모펀드가 판매되고 사이 펀드 운용은 방치되면서 저(低)수익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과 한국소비자원·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외면받는 공모펀드, 되살릴 방안 있나?’를 주제로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신상희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책임연구원은 2007년부터 실시한 펀드판매회사 평가를 통해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원인으로 ‘나쁜 펀드의 판매’를 지목했다.
신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펀드 판매회사 영업점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판매 직원의 전문성 개선이 미흡하면서 펀드 추천과 설명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여기에 80% 수준에 이르는 높은 액티브 펀드 판매 비율로 수익률 쏠림현상과 낮은 성과 지속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액티브 펀드 비중이 전체 32% 정도로 낮은 운용사와 액티브펀드 비중이 98%에 육박하는 운용사의 약 12년 누적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액티브 비중이 높은 운용사는 마이너스(-)2.25%를 기록했다. 반면 액티브 비중이 낮은 운용사는 7.76%를 기록했다.
또한 계열사 펀드 판매 의존 행태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지난해 평가 대상 펀드판매 회사 28개 중 계열운용사가 있는 회사는 23곳(82%)에 달했다”면서 “이렇다 보니 판매회사들이 가장 판매한 펀드는 계열펀드가 많고 이 계열펀드 수익률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즉 판매회사의 고비용 계열사 펀드나 신규로 설정된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신 연구원 “△판매직원의 전문성 부족 △액티브펀드 쏠림현상 △계열사 의존도 등의 문제는 일반 투자자에게 ‘나쁜 펀드’가 추천되는 문제로 이어진다”면서 “나쁜펀드의 저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됐고, 공모펀드가 노후준비 자산 준비 대안으로서의 입지는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와 다른 접근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액티브 전략으로 수익률을 추구한다면 공모펀드는 패시브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공모펀드 시장은 패시브 펀드를 통해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장기적 과실을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시브펀드는 지수를 추종하는 단순 투자전략 등의 특징 때문에 액티브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높은 장기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한 패시브의 경우 계열펀드와 비 계열펀드 간 판매수수료와 보수 차이가 작다”고 말했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지향성평가사업단 박사도 “패시브펀드 등과 같이 위험률 및 수수료가 낮게 설계된 공모펀드의 경우 계열사 펀드 판매제한 완화, 설명의무 간소화 등을 통해 상품 개발 및 판매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형 펀드나 패시브 펀드는 실질 위험률이 매우 낮으며 사실상 무위험인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 이론적으로는 투자형 금융상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성이 없다고 할 수 있어 설명의무 등의 간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현재 펀드는 판매 채널이 한정돼 일반투자자 접근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 투자성이 낮은 금융상품은 간편결제 서비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