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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터닝 포인트] 적임자는 많은데 책임자가 없네

산업부 차장

“000 상무입니다. 오늘까지 일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퇴근 무렵, 짧은 문자 한 통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놀란 마음에 서둘러 통화버튼을 눌렀지만, 그는 통화 연결음 너머로 몸을 낮게 감췄습니다.

얼마 뒤 어렵사리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신호등 꺼진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라며 쓴웃음을 억지로 삼켰습니다.

30년 가까이 삶의 대부분을, 심지어 영혼까지 쏟아냈다던 조직에서 그는 문자 한 통으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또 다른 자동차 기업의 한 임원은 도드라짐을 무척이나 경계하기도 합니다.

꽤 걸출한 성과를 끌어낸 그는 앞에 나서기를 주저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자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요즘 같은 때 고개 쳐들면 잘린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습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임원급 수시인사를 유행처럼 앞세웁니다. 따져보면 수시인사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동기유발과 자기계발, 조직의 유연성,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등 어디서 뽑아냈는지 덧붙일 수 있는 미사여구는 죄다 옮겨놨습니다. 그리고 애써 ‘조직의 밀어냄’을 정당화합니다.

‘파리 목숨’ 같다는 임원들의 생태계를 애써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 임금 삭감은 물론 희망퇴직까지 받던 어느 기업은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는 임원을 수년째 방치하기도 합니다.

이 장본인은 도통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회사가 어렵다며 아랫사람을 몰아내더니 정작 본인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킵니다.

심지어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져 만천하에 이름과 얼굴까지 드러났음에도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급급합니다.

“인사권을 쥔 회사 대표가 외국인이어서 상황 파악을 못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임원들 대부분은 어깨에 ‘책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을 얹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없다” 해도 그들에게는 책임지고 물러날 수 있는 준비 자체가 커다란 업무인 셈이지요.

그렇다한들 정작 열심히 일한 임원이 떠나고 뻔뻔한 임원들이 자리를 지키는 일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적임자만 많고 책임자는 없다는 볼멘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때입니다. 이런 기업 문화 속에서 책임질 줄 모르는 임원이 살아남고, 진짜 열심히 일하고 조직을 위해 밤잠을 줄였던 임원들이 쫓겨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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