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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 영리병원, 의료산업 혁신 이어져야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서귀포의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의 투자개방 병원 설립 근거법을 제정한 이래 16년 만에 성사된 국내 첫 영리병원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구역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2015년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건물을 짓고, 의사와 간호 인력까지 뽑았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문을 열지 못해 왔다. 이번 개원 허가는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다. 진료과목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또다시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고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진다는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 등 이익집단과 시민단체들은 투자개방 병원이 의료 영리화를 부추기고 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납득하기 어렵다. 비영리법인인 국내 대형 병원말고는 동네 의원과 개인 병원 모두 영리를 추구한다. 다만 녹지병원은 기업 형태로 외부에서 투자를 받고 운영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더구나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 등 제한된 지역에서 외국인들만 대상으로 한 병원이 어떻게 국내의 공공의료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건지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애초 투자개방형 병원은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인력과 기술을 활용해 의료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추진됐다. 의료를 결합한 외국 고급 관광객의 유치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동안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 등에 다수의 외국 자본들이 병원 설립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투자개방 병원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만 허용하지 않을 뿐이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미 병상의 상당한 비중을 투자 개방 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병원의 영리 활동이 허용된다.

이번 제주 녹지병원 개설 허가는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앞으로 의료 규제 혁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료서비스는 연관 산업의 생산 유발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 영리병원이 활성화되면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촉진해 한국 의료 수준도 한층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와 이익집단이 ‘의료민영화’라는 엉터리 주장으로 국민을 호도하면서 부정적 편견을 키워 혁신을 가로막고, 정부는 이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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