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옐런, 엄청난 업적 남기고도 왜 유임에 실패했나

입력 2017-11-03 08:21 수정 2017-11-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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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이 제롬 파월 연준 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기게 됐다. AP/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이 제롬 파월 연준 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기게 됐다. AP/뉴시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시대가 곧 막을 내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를 공식 지명했다. 옐런은 벤 버냉키 전 의장의 후임으로 지난 4년간 ‘세계 경제 대통령’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기에 그의 연임은 당연했다. 그러나 옐런은 1기, 4년 ‘단명 의장’에 그치게 됐다.

옐런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4년부터 연준 의장직을 맡았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고자 버냉키 전 의장의 주도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옐런도 임기 초반에는 버냉키의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받았다. 그러다가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고용지표와 임금 수준 등 미국 경제가 개선되자 옐런은 완만한 긴축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2015년 12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자 9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 6월까지 4차례의 금리 인상을 실시했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한 옐런의 금융 정책은 경제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고 유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옐런은 비둘기파이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매파적으로 움직일 줄 안다고 호평했다.

옐런 임기 중 실업률은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은 2% 이하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경제는 3%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연준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수준에 가깝다. 이 때문에 옐런은 시장의 지지를 받아왔다.

경제지표나 정책 연속성, 경제 안정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옐런의 연임은 당연했다. 지난 40여 년간 연준 의장들이 연임해온 전통도 있다. 그럼에도 연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서 옐런이 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월가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아온 서머스가 감독을 잘할 수 있겠느냐며 반발이 많았다. 이에 서머스가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의장직은 옐런에게 돌아갔다.

결정적으로 유임에 실패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옐런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금융 규제에 대한 견해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과 충돌하면서 ‘단명 의장’은 예고된 바나 다름 없었다. 옐런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에 찬성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자 “위기 이후 대처 방안을 마련했고 시스템은 더 안전해졌다”고 반박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10년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발표한 금융개혁안으로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규제책이 골자다. 규제 완화를 추진하던 공화당 의원들은 옐런의 연임을 반대했다. 연준 의장은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옐런 연임은 점차 멀어졌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감세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옐런과 면담 후 “나는 그녀가 좋다”고 말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경제기조를 정책에 반영시키며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옐런과 비슷한 금융 정책 기조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파월을 택했다. 옐런이 금융 규제 강화를 고집하지 않았으면 유임됐을지 모른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며 “금융 규제에 대한 옐런의 견해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반감을 샀다”고 지적했다.

옐런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경제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연준 부의장 등을 맡았다. 그는 연준 100년 역사상 의장직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다. 옐런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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