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는 오늘도 글러브를 낀다

입력 2017-08-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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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을 기르고, 다이어트도 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복싱에 입문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줄넘기 한 세트만 해도 숨이 차고, 온몸의 근육들은 ‘살려 달라’는 듯 통증의 신호를 보낸다. 온갖 핑계가 떠올랐으나, 체육관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점점 후회가 밀려온다.

‘괜히 3개월을 끊었구나.’

운동 후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숨이 너무 차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온몸은 천근만근(千斤萬斤) 무겁고, 발등이 너무 아프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배고픔, 체력에 대한 한계로부터 오는 깊은 패배감과 절망감에 운동이 싫어진다. 아침엔 새롭게 다짐하고, 저녁엔 울다시피 운동을 마치면서 하루종일 나와의 사투를 벌인다.

팔을 신경쓰다 보면 스텝이 이상하고, 스텝을 신경 쓰면 자세가 이상하다.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체력은 바닥이다.

최근에는 기본운동에 체력 훈련도 더해졌다. 스쿼트, 버피 테스트, 마운틴 클라이밍, 제자리 계단뛰기 등이 추가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복싱의 로망과 워너비 몸짱에 대한 이상은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상체를 숙인 후 팔굽혀펴기 자세로 있다 일어서 점프하는 전신 운동인 버피 테스트는 이른바 ‘악마의 운동’이라 불린다. 아무리 찡찡거리고, 투덜거려도 코치님에게 자비란 없다. 땀이 뚝뚝 떨어진다. 원망과 서러움이 밀려온다. 분노와 눈물 섞인 말투로 최대한 진심을 담아 외친다.

“진짜 못 하겠다니까요.”

“못 하겠다는 거 아니깐 오늘은 더 이상 얘기 안 할게요. 그러니 포기하지 마요.” 코치님의 한마디에 나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정말 감동이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할 뿐이다. 포기하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러브를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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