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콩의 추억, 레노버 X1 태블릿

입력 2016-03-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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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가장 추억이 깃든 아이템은 꼽으라면 단연 씽크패드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지급 받았던 노트북이기도 하고. 무광블랙 컬러의 본체, 쫀득한(?) 키보드, 그리고 키보드 중앙에서 시선을 사로잡던 일명 ‘빨콩’이라 불리던 빨간색 트랙포인트. 15년전 처음 만난 IBM 씽크패드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는 이런 씽크패드의 추억이 유독 아련하다. IBM이라는 이름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레노버라는 낯선 이름으로 바뀐 지 만으로 10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옛 추억을 다시 만난 기분이랄까. 레노버 X1 태블릿을 쓰면서 줄곧 그런 생각이 든다.

제품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키보드 자판을 두드려 보는 일이었다. 일종의 직업병일지는 몰라도 자판을 보면 일단 두드려 보는 게 습관이 된지 오래다. 다양한 방식의 버튼이 추가돼 추억 속의 그 제품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씽크패드 특유의 러버돔 방식이 손끝에 닿는 순간 알았다. 내 손가락이 그 감촉을 기억하더라.

이런 추억은 공유할 때 그 감동이 더욱 증폭되는 법이다. 청축, 적축 기계식 키보드를 두개나 쓰는 ‘아는동생’을 불렀다. 잠시동안 타이핑을 해보더니 곧장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하더라. ‘러버돔 방식이네… 키감은 괜찮군…’ 그동안 솔직히 펜타그래프나 러버돔 같은 키보드 관련 전문용어(?)는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다. 한참 쳐보니 합격점이다. 지금 이 글도 X1 태블릿으로 치고 있다.

키보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녀석을 한번 제대로 살펴 봤다. 씽크패드 X1 태블릿은 요즘 핫한 2-in-1 플랫폼을 쓴 포터블 기기다. 기능에 따라 다양한 장치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식 구조를 채택했다. 태블릿이 본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능확장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유에서다. 레노버는 모듈 방식을 통해 기능 확장을 꾀했다. 태블릿과 키보드 사이에 프로젝터 모듈이나 배터리와 추가 포트를 탑재한 프로덕티비티 모듈을 끼워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태블릿에 키보드를 연결한 2-in-1은 뭐니해도 휴대성이 장점이다. X1 태블릿은 30.5cm 크기의 12형 화면은 2160×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데, 두께 0.84cm에 IPS 광시야각 터치 패널을 썼다. 본체 양쪽에서 스피커가 내장돼 있는데 돌비 서라운드 기술을 적용해 태블릿 치곤 의외의 사운드를 내뿜는다. 얇은 본체 안으로 스피커를 구겨 넣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인상적인 소리다.

다시 키보드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다. 본체에 분리형 키보드를 연결한 무게는 1.1kg이다. 사실 태블릿 본체와 키보드를 연결하면 웬만한 노트북 무게와 비슷하다.2-in-1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레노버 X1 태블릿에서는 이런 단점을 용서할 면죄부가 하나 있다. 바로 키보드다. 자석을 이용해 타이핑 각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키보드에 달린 내장형 트랙포인트와 트랙패드는 지난 20여년간 갈고 닦은 씽크패드의 핵심 포인트다.

요즘은 워낙 넓은 트랙패드를 장착한 모델이 많이 감동이 예전에 비해 덜하지만 포인트처럼 키보드 중앙에 콕 박힌 ‘빨콩’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도 눈에 들어온다. 키판 모양이다. 아랫쪽이 둥글다. 그래도 키감은 예전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다. 이러니 예전 IBM 키보드에 깊은 애정을 품고 살던 키보드 마니아들이 열광할 수밖에.

전통적인 키감과 배치는 고수했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더라. 키보드 백라이트는 예전 추억과는 거리가 다소 먼 기능이다. 씽크패드 시절에는 카메라가 달리는 부분에 전구가 키보드를 환히 비췄으니까. 심지어 2단계로 밝기가 조절된다. 키보드 역시 살짝 딴죽을 걸자면 너무 얇게 만든 탓에 약간 공격적으로 내려찍는 타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키보드가 낭창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 키가 눌리는 게 아니라 키보드 전체가 눌리는 기분이 들 정도다.

자, 지금부턴 모두가 궁금해 할 태블릿모드다. 일단 단점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키보드 연결 없이 받침대로 세워두면 화면이 뒤로 넘어간다. 물론 키보드를 연결하고 쓰는 상황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지만 백만 원이 넘는 태블릿 본체가 뒤로 넘어가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화면 각도를 조절하기 위한 스탠드는 폴딩 방식이라 접었을 때 본체 속으로 완벽히 수납돼 외관을 해치지 않는다. 게다가 폴딩을 위한 스위치는 예전 씽크패드 노트북에서 본체와 화면을 여닫는 래치 방식. 이렇게 곳곳에 숨겨둔 감성이 기존 씽크패드 마니아를 추억 돋게 만드는 요소다.

태블릿이 누운(!) 상황이 조금 난감하지만 키보드를 붙이면 함께보기 모드가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스타일러스 펜이다. 레노버의 WRITEit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입력 필드에 손글씨를 쓰거나 입력 필드 이외의 화면에도 낙서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재미있는 활용이 가능하다.

압력 감지는 평이하다. 누르는 압력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지고 반응 속도도 무난하다. 요즘 나오는 태블릿의 터치 감도와 스타일러스 펜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까닭에 수평비교를 하기 힘들 수준이 돼 버렸다. 필기용 펜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만 말해두겠다. 펜 뒷 꼭다리(?)의 빨간 포인트도 마음에 든다.

터치 패널도 마찬가지. 태블릿 모드로 쓴다고 하지만 윈도우10 프로 운영체제가 깔린 상황에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엔 조금 무리가 따르는 UI다. 물론 노트북 환경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하고 버튼을 터치로 눌러가면서 사용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인 2-in-1의 사용 환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레노버 X1 태블릿에서 모듈은 이런 UI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주는 요소다. 총 10시간의 배터리 시간을 기본 제공하는 본체에 생산성 모듈을 연결하면 15시간으로 배터리가 확장된다. 여기에 추가로 HDMI, USB 3.0 커넥터를 연결해 확장성을 꾀할 수 있다.

이런 기특한 기능을 제공하는 모듈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를 탑재한 3D 이미징 모듈은 3D 스캔을 제공한다.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조금 멀리 간 기능이지만 3D 프린터를 보유한 환경이라면 충분히 니즈가 있다.

X1 태블릿에게 있어 가장 어울리는 모듈은 역시 프로젝터 모듈이다. 2m 거리에서 최대 60인치까지 투사 가능한 프로젝터를 내장했다. 투사할 곳만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다. 회의나 발표를 하기 위해 굳이 프로젝터가 있는 곳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인텔 코어 m 1.1GHz 프로세서에 윈도우 10 프로 운영체제, 4GB 메모리, 128GB SSD. 다분히 MS 서피스북을 라이벌로 삼고 만든 느낌이다.

첫번째 이유로 사용 목적을 들 수 있다. 서피스북은 사실 2-in-1 이름 보다는 MS 전용 포터블 단말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MS의 모든 것을 녹여냈고 모든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맞게 적용돼 있다.

반면에 레노버 X1 태블릿은 업무용. 보다 현실적인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모듈형 설계가 대표적인 예다.

단순히 디자인을 놓고 따져보면 서피스가 우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동차로 비교하면 하이브리드 성향이 강하다. 멋지고 최신 트렌드임엔 확실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레노버는 기존 씽크패드 사용자를 겨냥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추억이 잔뜩 배어난 키보드, 기존 씽크패드의 재질과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시절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모든 2-in-1이 지닌 맹점 중 하나는 가격과 무게, 크기를 놓고 따져봤을 때 기존 노트북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올해는 노트북 PC란 개념이 나온 지 35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충분히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기에 가격 또한 안정 범위 안으로 들어온지 오래다.

앞서 비교용으로 언급한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2-in-1 역시 과도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국 내연기관이 사라져 자동차에서 엔진이 없어지듯 키보드가 없어지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엔진에서 내뿜는 까랑까랑한 배기음과 수동기어의 맛을 잊지 못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단 자동차 업계의 일이 아니다. PC 업계도 마찬가지. 다섯 손가락으로 모든 걸 조정하는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쿨하지만 왠지 정이 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입력이 가능하지만 나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달까. 비록 구식일지언정 예스러운 입력장치에 매료되어 여전히 키보드를 갈구하는 이도 분명히 존재하겠지. 그게 레노버 X1 태블릿의 존재의 이유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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