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5일 燈前菊影(등전국영) 촛불이 만들어내는 국화 그림자

입력 2015-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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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국화를 운치 있게 감상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밤에 촛불을 이용해 꽃과 꽃의 그림자를 겹으로 완상하는 것이 선비들의 풍류였다. 천주교도로 몰려 유배됐던 고단한 선비 이학규(李學逵· 1770~1835)의 시 ‘등불 앞의 국화 그림자’[賦得燈前菊影]를 보자. “등불이 국화 남쪽에 있으면 그림자는 북쪽/등불이 국화 서쪽에 있으면 그림자는 동쪽/상 하나에 책 몇 권과 술 두 동이 있으니/그저 꽃 그림자 속에 이 모습 즐겨야 하리”[燈在菊南花影北 燈在菊西花影東 一牀書袠兩壺酒 徧要看渠花影中]

다산 정약용의 ‘국영시서(菊影詩序)’도 국화 그림자놀이를 쓴 글이다. 그는 꽃 중에서 국화가 특히 뛰어난 것은 늦게 피고, 오래 견디고, 향기롭고, 고우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싸늘하지 않은 것 네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이 네 가지 외에 밤마다 촛불 앞의 국화 그림자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밤에 국화 구경하러 오라고 친구인 남고(南皐) 윤규범(尹奎範)을 초청한다. 그가 의아해하자 다산은 동자를 시켜 산만하고 들쭉날쭉한 방의 물건을 모두 치우고, 국화의 위치를 정돈해 벽에서 약간 떨어지게 한 다음, 적당한 곳에 촛불을 두어 밝히게 했다.

그러자 기이한 무늬, 이상한 형태가 홀연 벽에 가득했다. 꽃과 잎이 어울리고 가지와 곁가지가 정연해 묵화(墨畫)를 펼쳐놓은 듯하고, 너울너울 어른어른 춤추듯이 하늘거려 달이 동녘에 떠오를 제 뜨락의 나뭇가지가 서쪽 담장에 걸리는 것과 같았다. 그중 멀리 있는 것은 가늘고 엷은 구름이나 놀과 같고, (중략) 번쩍번쩍 서로 엇비슷해서 어떻게 형용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남고가 무릎을 치며 “기이하구나. 이거야말로 천하의 빼어난 경치일세”라고 감탄했다, 다산은 다른 벗 3명도 불러 함께 술 마시고 시를 읊으며 즐겼다고 썼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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