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모바일 버블’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

입력 2015-07-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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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자본시장부장

한국 사회에서 ‘버블(Bubble)’, 즉 거품은 나쁜 의미로 통한다. 있어서는 안되는 그 무엇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처럼 버블이 ‘나쁜 놈’으로 몰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버블은 일순간 ‘펑’하고 터져버린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미국의 대공황 신호탄을 쏘아올린 ‘블랙먼데이’는 버블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일어났다.

가까이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그리고 세계경제의 붕괴도 아직 생생한 역사적 경험으로 남아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걸친 ‘닷컴버블’의 아픈 기억이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 닷컴버블은 24조원 가까운 돈을 집어삼켰다. 그렇다고 이 돈이 어디로 사라진 건 아니다.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벤처기업인들의 주머니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로 흘러간 덕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다 죽어가던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버블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보니 엄청난 버블을 만들었던 1999년의 ‘코스닥 등록 요건 완화’에 필적할 만한 조치가 2일 금융위원회에서 나왔다. 이름하여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이 그것이다.

사실 겉포장지에는 거래소 경쟁력 강화라고 붙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1999년의 ‘코스닥 등록 요건 완화’와 거의 동일하다.

금융위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크게 4가지다. 우선 한국거래소 내에 있는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시장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설립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혁신형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상장유치 등을 통해 코스닥시장의 경쟁력 제고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한국거래소지주를 상장하고, 마지막으로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출현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역시 핵심은 코스닥 시장 분리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상장을 하겠다는 것은 코스닥 분리를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이다.

코스닥 분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제가 된 듯하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상장, 그리고 이를 통한 벤처캐피털(VC)의 원활한 자금회수는 창조경제 활성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금융위가 코스닥을 분리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끌어들인 부분이나, 상황과 맥락을 간과한 통계 인용을 여기서 굳이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이미 찬반 논란 과정에서 충분히 이야기됐던 부분이고, 현재로서는 그런 자세한 팩트를 갖고 시시콜콜 다툴 만한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큰 틀에서 볼 때 금융위가 내세우는 명분이 미래지향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창조경제 활성화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충분히 타당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필자 역시 오래전부터 코스닥 시장의 분리와 독립을 소신으로 갖고 있었던 터다.

다만 최근 벤처·스타트업계와 VC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듣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이번 금융위 방안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시 상장요건 완화다. 미국 나스닥처럼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된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제표도 큰 걸림돌은 안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IPO 외에는 엑시트(자금회수) 방법이 없는 VC업계에는 단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큰 소리 뻥뻥치면서 막대한 투자금을 받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상장이 불확실한 부실한 기업들도 이번 소식이 반갑기만 할 것이다.

당장 금융위의 이번 발표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말 ‘닷컴버블’에 필적할 만한 ‘모바일버블’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버블은 필요악 같은 존재다. 버블의 순기능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제는 버블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다.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는 미처 예상치 못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버블이 예상되는 지금은 버블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닷컴버블’ 당시 24조원이라는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부실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경영진의 도덕성은 검증해야 한다. 누군가의 피눈물 서린 돈으로 고급차를 몰고, 고급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돈을 뿌려대던 그 옛날의 파렴치한 벤처기업인을 닮은 자들이 웃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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