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맨발로 맨땅을 걸어라

입력 2015-06-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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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행 중앙선 전철은 주말에 몹시 붐빈다. 남한강과 산이 조화를 이룬 데다 아름다운 코스의 자전거길, 시골장터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산길을 걷고 싶어 첫 차를 탔다. 서로 어깨를 감싼 듯한 산줄기의 실루엣에 감탄할 즈음 두물머리에선 새벽 물안개가 곱게 피어오른다.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매력적인 코스다. 목적지는 양평 청계산.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 남다른 산이다. 녹음 짙은 숲 아래 말랑말랑한 흙길을 따라 맨발로 걸으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몸 구석구석에 쌓인 피로가 풀어지는 느낌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특히 물기를 머금은 흙을 밟을 때의 발가락 사이 간질거림이 좋다.

사람의 몸은 206개의 뼈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분의 1인 52개가 발에 모여 있다. 또 발에는 64개의 근육과 힘줄, 76개의 관절, 인대, 모세혈관, 자율신경 등이 집중돼 있다. 발이 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몸을 지탱해 걷고 뛰는 기능은 발가락이, 유연성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은 발등이 맡는다. 놀랄 만큼 뛰어난 조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체공학의 걸작이며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말할 만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발은 기원전 2000년께 파피루스를 꼬아 만든 샌들로,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굴됐다. 사냥 위주의 생활에서 발을 보호한 신발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신발의 소재와 모양이 다양해지면서 하이힐, 키높이 신발 등은 오히려 발 건강을 해치고 있다. 여성은 물론 최근 남성 사이에 급증한 무지외반증이 대표적 질병이다. 맨발로 걸어보면 신발이 발과 땅을 얼마나 차단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맨발, 맨주먹, 맨몸, 맨땅…. 띄어쓰기 때문에 한 번쯤 고민해 본 단어들일 것이다. ‘맨’은 의미에 따라 띄어쓰기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제시된 단어들의 ‘맨’은 ‘다른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뒤에 오는 명사에 붙여 써야 한다. 맨바닥, 맨눈, 맨밥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가장·제일’의 뜻을 안은 ‘맨’은 관형사로,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한다. ‘맨 앞’, ‘맨 처음’, ‘맨 먼저’, ‘맨 꼭대기’ 등과 같이 쓰인다. 그리고 ‘이 방에는 맨 책뿐이다’, ‘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맨 놀기만 해 걱정이다’처럼 서술어를 꾸미는 ‘맨’은 ‘온통, 모두 다, 오로지’의 뜻이 담긴 부사로 뒷말과 띄어 써야 한다.

그렇다면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얼굴은 맨얼굴일까, 민얼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얼굴이 바른 표현이다. 얼굴의 경우 다른 것이 없다란 의미의 접두사 ‘맨’보다는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다는 뜻을 더하는 ‘민’이 어울려 ‘민얼굴’만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민낯이라고도 표현한다. 민가락지, 민소매, 민돗자리, 민저고리 등도 같은 용례다. 맨얼굴과 맨정신은 언중이 많이 쓰기는 하나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의약품, 건강보조식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면역력을 키울 비결이 있다. 바로 맨발로 걷기다. 가까운 숲을 찾아 맨발로 땅을 밟으며 긍정의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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