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초짜맘 육아일기]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더 아름답다!

입력 2014-01-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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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던 출산예정일 당일. "별다른 기미 없으면 내진하러 오세요"라는 의사의 말에 ‘내진이나 받고 오자’며 막달 임신부답지 않은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러운 통보를 들었다. "입원해야겠어요. 양수가 너무 줄었네" 그 때까지도 나는 우리 모자의 만남이 그렇게 험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최악의 케이스라고 한다. 유도분만으로 인한 진통 시간은 무려 36시간. 1차 유도의 실패로 2차 유도를 진행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해 결국 수술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남편의 말로는 수술실에 들어간지 10분쯤 되었을 때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고 했다.

36시간의 대장정을 거쳐 만난 우리 쭈니는 한겨울에 만난 봄 햇살처럼 따뜻했다. 잔잔한 통증에서부터 거대한 아프리카 코끼리 한 쌍이 허리를 짓이기는 듯한 고통까지, 그 처절한 몸부림을 겪게 한 아기가 드디어 세상에 나와 살을 대고 마주했다. 열달 동안 품고 있던 쭈니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세상을 깨울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그렇게 우리는 엄마가 아빠가 되었다.

"쭈니 엄마. 애 이만큼 키우느라 고생했다" 쭈니의 친할머니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마도 9-10개월까지가 가장 힘들었으리라. 생후 3개월 즈음 모유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스트레스에 휩싸였고 그 즈음 쭈니는 한밤 중 30분마다 울며 깨기 시작했다.

다크서클은 얼굴도 모자라 어깨까지 내려왔다. 10개월에 쭈니는 이유식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고열에 시달리다 입원까지 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모유 수유, 목욕, 이유식 만들기, 놀아주기, 재우기 등 초보맘에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아기와 육아는 인내의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던져주는,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이었다.

쭈니는 지금 16개월이다. 탄생과 백일의 기적(나에게는 백일의 충격이었지만. 백일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후 자세히 하겠다), 돌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 이제 걷고 뛰고 무엇이든 모방하는 쭈니는 자칭 육아 9단 엄마와 육아 7단 아빠의 거름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육아 19단 할머니도 쭈니 성장에 한 몫을 한다. 생후 11개월 무렵부터 직장을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 자라고 있는 쭈니는 양말, 신발 같은 단어는 물론 "어디가 예뻐요", "몇살이에요"란 질문에 대한 애교스러운 행동도 할머니로부터 배우고 있다.

육아는 전쟁이다. 언제 돌발상황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하고 두려운 그야말로 전쟁터. 그러나 그 험난한 전쟁터에서 피어나는 꽃이 얼마나 큰 전율과 환희를 주는 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오늘도 서툴고 드라마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초보맘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그렇게 엄마가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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