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가 현실로? 도로로 나온 동물들…한국 동물 탈출史 [오코노미]

입력 2024-03-29 16:51 수정 2024-03-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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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마다가스카’ 스틸컷)
▲(출처= 영화 ‘마다가스카’ 스틸컷)

난 정글에 가고싶어! 초원에서 뛰놀고 싶다구!

얼룩말 마티의 외침에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사자 알렉스,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는 동물원을 탈출한다. 이들은 아프리카행 배에 몸을 싣게 되고,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 섬에 도착한다.

동물 뉴요커 4인방의 동물원 탈출기를 다룬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이야기다. 2005년 전 세계적 흥행을 거둔 이 작품은 10년이 다 돼가는 작품임에도 특유의 B급 감성과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또한, 당시 제작비 7500만 달러(약 1011억 3000만 원)로 북미 박스오피스 1억 9359만 달러(약 2610억 4420만 원), 월드 박스오피스 5억 3268만 달러(약7180억 5354만 원)이상을 기록하는 등 상업적으로도 우수한 성과를 보여 시즌 2, 3은 물론 스핀오프 작품까지 나왔다.

▲(출처= 영화 ‘마다가스카’ 스틸컷)
▲(출처= 영화 ‘마다가스카’ 스틸컷)
영화 속 일부 동물들은 통념과 달리 도심에 완벽하게 적응한 뉴요커의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야생’이라는 무한한 자유를 손에 쥔 뒤에도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현실에서는 동물 탈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거리에서 달아나는 이와 잡으려는 이의 맹렬한 추격전이 펼쳐지기 일쑤다.

▲도로를 활보하는 타돌이 (출처= 인스타그램‘namhwi’ 캡처)
▲도로를 활보하는 타돌이 (출처= 인스타그램‘namhwi’ 캡처)

최근에도 이런 맹렬한 추격전이 있었다. 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도로에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타조가 목격돼 화제가 됐다. 성남시 외각에 있는 한 생태 체험장에서 탈출한 ‘타돌이’라는 이름의 타조다. 타돌이가 지내던 생태 체험장 관계자에 따르면 타돌이는 한 달 전 함께 지내던 암컷 타조 타순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식사량이 줄거나 우울한 기색을 보이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다행히 타돌이의 위험한 도로 질주가 한 시간에 그쳤지만, 목격자들이 공유한 사진 속 타돌이는 차가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위태롭게 달리고 있다. 타돌이처럼 동물원이나 생태 체험장을 탈출한 동물의 소식은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기도 했다. 세로 역시 타순이의 사례와 유사하게 함께 지내던 엄마 루루와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은 뒤 스트레스를 받다가 동물원 탈출을 감행했다.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사살돼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사살돼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타돌이나 세로처럼 안전하게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는 동물들도 있는 반면, 지내던 곳 밖에서 사살된 동물들도 있다. 지난해 8월 경북 고령군의 한 농장 우리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는 탈출 1시간 만에 수색 중이던 경찰과 엽사가 쏜 총에 사살됐다. 당시 사순이는 농장 근처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주민 안전을 위한 조처였다고는 하지만, 사순이 사살 소식이 알려진 뒤 마취총이 아닌 엽총부터 발사하기로 선택한 관계자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사순이의 죽음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한 침팬지 루디가 마취총을 맞고 잡혔으나 응급 치료를 받던 중 기도가 막혀 사망한 지 3일 만에 일어난 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사순이와 루디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곰과 같이 주민을 공격할 여지가 있는 종은 빈번하게 사살돼 왔다.

특히, 2022년 12월 울산광역시 울주군 곰 사육장을 탈출한 곰 세 마리가 모두 사살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사육곰의 사육장 탈출은 이전부터 빈번하게 제기돼 왔던 문제라 그동안 곰 사육 및 불법 증식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해온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가해지기도 했다.이에 정부는 그해 1월 2025년까지 사육곰 산업 종식과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곰 세 마리가 사살될 때 까지도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린이대공원 공연장에서 탈출한 코끼리 한마리가 인근 한 가정집 마당에 들어가자 조련사가 달래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대공원 공연장에서 탈출한 코끼리 한마리가 인근 한 가정집 마당에 들어가자 조련사가 달래고 있다. (뉴시스)
타조나 얼룩말, 사자, 침팬지, 곰의 사례와 달리 공연을 위해 시설을 방문한 동물이 탈출한 사례도 있다. 2005년 4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발생한 코끼리 탈출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데, 당시 공연 연습 및 산책을 하던 코끼리 6마리가 비둘기 떼를 보고 놀라 출입문을 통해 거리로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코끼리에 의해 사업장이 파손되거나 부상을 입은 피해자가 생겨 외신도 코끼리 탈출 사건에 주목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례다.

이러한 사례들이 공론화될 때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관련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0종 이하의 야생동물이나 가축을 기르는 생태 체험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 생태 체험장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라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동물의 습성을 파악해 그 습성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역시 최근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위의 타돌이나 세로의 사례처럼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홀로 남아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의 경우 개체수가 너무 적으면 본연의 형태가 재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 생활하는 시설의 물리적인 환경이나 사육사의 체계적인 관리 뿐 아니라 동물 본연의 습성에 맞게 살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이 모두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권’을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하는 문화가 사회에 뿌리내려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상식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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