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층 쌓은 SK하이닉스…블록도 아닌데 왜 쌓아야 좋은가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09 15:49 수정 2023-08-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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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8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FMS) 2023’에서 321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전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 321단 4D 낸드.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8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FMS) 2023’에서 321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전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 321단 4D 낸드.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 상반기부터 321단 낸드를 양산하겠다는 구체적인 출사표까지 던졌는데요. 업계의 관심이 모인 건 SK하이닉스의 이번 발표가 기존 낸드의 한계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발표로 한동안 잠잠했던 반도체 업계의 낸드 적층 기술 경쟁에 다시 한번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업계는 왜 높이 쌓기 경쟁을 벌이는 걸까요.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층’ 321단 낸드 쌓아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각)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FMS) 2023’에서 321단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전시했습니다.

이번 SK하이닉스의 발표는 지난해 8월 같은 행사에서 당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4D 신제품을 공개한 지 1년 만인데요. 그간 3D 낸드 기술의 한계로 인식돼 온 300단대를 돌파했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집니다.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300단대 낸드 제품 개발과 양산을 공식화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거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양산 중인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321단 낸드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적층 한계를 다시 한번 돌파해 SK하이닉스가 300단대 낸드 시대를 열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쌓을수록 생산성 ↑…고도의 기술력이 쟁점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 종류로, 플래시 메모리에 속합니다. 전원이 끊기면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정보를 그대로 저장한다는 특징을 갖는데요. USB나 소형 기기에 쓰이는 SD카드, SSD 등에 탑재됩니다.

저장 공간에 사용되는 만큼 데이터를 담아낼 수 있는 ‘용량’이 중요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담아내야 한다는 건데요. 이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낸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더 높이 쌓아 올릴수록 한 개의 칩으로 더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층수가 높아질수록 공정도 복잡해진다는 겁니다.

층을 쌓으려면 산화물·질화물(ONON) 또는 산화물·폴리 실리콘(OPOP)의 여러 얇은 층을 증착하는데, 층수가 높아질수록 각 층 사이 편차가 발생합니다. 이 편차가 커지면 제품 성능도 떨어지죠.

또 각 층을 하나로 잇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뚫는 에칭(etching) 기술도 중요한데요. 낸드 상단부터 하단까지 균일한 구멍 직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100~200단대가 주류인 현재 공정에서도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고층으로 갈수록 층간 표면장력으로 셀이 서로 붙어버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 처리를 해야 하고, 높은 난이도의 화학 기술까지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는 대량 양산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만큼, 이같은 난제에 대한 해법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관건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율 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 본사 모습. (뉴시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 본사 모습. (뉴시스)
경쟁 치열한 낸드 시장…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엎치락뒤치락’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강 구도가 명확합니다. 반면 낸드 시장에서는 여러 기업이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통계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삼성전자(34.3%) △일본 키옥시아(19.5%) △미국 웨스턴디지털(15.9%) △SK하이닉스(15.1%) △마이크론(10.9%) △중국 YMTC(3.2%) 등이 주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다수 사업자가 10%대를 기록하고 있고, 업체 간 기술력 차이가 D램보단 크지 않아 가격 경쟁도 치열하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층수의 낸드 양산 신기록을 두고 엎치락뒤치락 해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FMS 행사에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4D 신제품을 공개해 주목받았는데요. 삼성전자는 그해 11월 1Tb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몇 단인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36단으로 추정하고 있죠. 이전까지는 마이크론이 양산한 232단 낸드가 세계 최고층이었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 238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300단대 낸드 개발을 공식화한 터라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테크 데이’ 행사를 열고 내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진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낸드 수요 증가 전망…기술 경쟁력 강조 의지

최근 낸드 시장은 불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줄어든 수요가 복구되지 않고 재고 조정이 더뎌지면서 내년까지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낸드 추가 감산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낸드 생산 하향 폭을 크게 조정할 계획임을 밝혔고,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낸드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하기로 했죠.

다만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됩니다. AI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저장해야 하기에 고성능·고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죠. SK하이닉스의 이번 발표도 이 같은 호재를 앞두고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4D 낸드 5세대 321단 제품을 개발해 낸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 고용량 낸드를 시장에 주도적으로 선보이고,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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