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위기 발발시 1600원도 가능
대내적으로는 반도체 경기 둔화·무역적자 변수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4분기(10~12월)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최근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누그러질 것으로 봤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긴축과, 영국 등 유럽발 신용위기 등이, 대내적으로는 반도체 경기 둔화와 무역적자 등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혔다.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서 150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4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영국발 신용위기가 현재화한다면 1600원까지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앞서 3분기 중 원·달러 환율은 131.8원(10.15%) 급등한 바 있다(6월30일 종가 1298.4원 대비 9월30일 종가 1430.2원 기준). 지난달 28일에는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1488.5원) 이후 13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었다.
앞서도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과 잇따른 점도표 상향조정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긴바 있다.
다만, 예고된 이상의 추가 긴축 재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환율시장에 미칠 영향도 적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연준 점도표가 더 상향조정될 것이냐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핵심요인이다. 내년 2분기부터는 물가가 기저효과와 원자재가격 하락, 수요감소로 빠르게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 만큼 점도표 (추가 상향) 조정에 서프라이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달러강세 속도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확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가을 징집령에 서명한 바 있다. 서방 국가들에서는 핵전쟁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추가적인 긴축 경계감이 남아있다. 겨울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 이외 유로존 국가들의 우려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내적으로는 반도체 경기둔화 우려와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점도 환율상승을 부추길 요인으로 봤다. 앞선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게 위협요인”이라고 꼽았다. 김찬희 애널리스트도 “대내적으로는 펀더멘털이 회복돼야 원·달러에도 하락 트리거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출은 마이너스까지 우려되고 있고, 무역적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험선호가 단기간에 개선될 환경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와 외환수급상 달러화 수요가 줄고 있는 점도 꼽혔다. 앞선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말 정부는 조선업에 80억달러를 지원하고 국민연금에 100억달러 통화스왑을 했다. 외환수급시장에 (달러) 공급은 늘리고 수요는 줄이는 등 정부가 수급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뽑아내 대책을 내놨다. 의미있는 조치”라며 “이외에도 해외로 나가는 개인투자자금이나 펀드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각자 자국통화 방어에 나서고 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겠다”면서도 “단기자금 조달시장이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패닉성 바이(달러화매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화 수급요인을 가늠해볼 수 있는 1년물 외환(FX)스왑포인트는 지난달 30일 현재 마이너스(-)25원30전을 기록 중이다. 28일엔 –25원80전까지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발직후인 2020년 3월19일(-28원) 이후 2년6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화자금시장에서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찾는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