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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異見] 공시가격 논란 반복, 언제까지

입력 2020-03-23 06:30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 제기에 나설 것을 공식 제안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카페 게시글 작성자는 정부가 명확한 기준도 알려주지 않고 불합리한 수준의 공시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같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의 제기에 함께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글이 올라오자 마자 게시글에는 수 십개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

올해도 여지없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액대별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공개하는 등 그동안 받아온 깜깜이 공시 비판을 없애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정부 주장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토교통부는 얼마 전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 말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전용 84.95㎡)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국토부의 설명과 다르다.

아크로 리버파크의 올해 공시가격은 25억7400만 원이다. 시세 30억 원 이상 공동주택에는 80%의 현실화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역산하면 아크로 리버파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시세로 32억1750만 원이 적용된 셈이다.

지난해 이 아파트가 34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이는 단 한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작년 11월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29억~31억 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설명한 기준과 다르다. 기준 시세를 다소 높게 잡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취득세, 증여세, 등록면허세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또 건강보험료, 국가장학금, 기초연금 등의 소득 산정 자료로도 활용된다. 국민들의 생활, 그 중에서도 '돈'과 바로 직결되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시가격이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산정되는지 아직도 모호한 구석이 많다는 것은 문제다. 무엇보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압박하기 위해 공시가격을 의도적으로 활용했다면 정부의 정책신뢰도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조세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방향이 맞다고 해서 무조건 내달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립하기에 앞서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 등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공시가격이 적정 시세를 반영하고, 유형별ㆍ지역별 균형성을 확보하도록 한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에야 말로 논란을 모두 털어낼 수 있는 해법을 들고 나오길 바란다.

그런데 올해는 변수가 하나 생겼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전무후무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 조절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침체한 건설경기를 되살리는 것도 중요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서민이나 중산층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올해 종부세 대상 아파트만 40%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기본소득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세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가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관되게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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