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차,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입력 2019-1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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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장

주자의 권학문(勸學文) 첫 구절에 “아직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未覺池塘春草夢),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을 알린다(階前梧葉已秋聲)”라는 문구가 나온다. 주자가 청년들에게 초분을 아껴가며 학문에 정진하기를 권고하며, 국가의 미래가 그들의 어깨에 달려 있는데, 시간이 기다리지 않음을 표현한 문장이다. 과거보다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 지금, 우리가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를 미래 산업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주요국들은 성큼성큼 미래로 다가가고 있다. GM, 폭스바겐 등 기업들은 미래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IT·서비스 등 업종 간 융합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민간의 차량 개발과 도로 운행을 위해 대규모 실증단지를 마련하는 한편 법·제도 개혁을 병행하여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월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을 통해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라는 비전과 함께, 친환경화, 지능화, 서비스화와 미래차 생태계로 전환을 주내용으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래차 분야에 내년도 정부 R&D 투자를 올해보다 약 28% 증가한 3200억 원 수준으로 투자한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선포식에 참석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이제 우리는 미래차 시대에 대해 추격자가 아닌 동등한 출발점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변혁이 가져오는 기회의 물결은 적절히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큰 위기를 촉발하는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미래차 시대로 가는 과정 중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나눠 보고자 한다.

미래차 발전전략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자동차와 IT, 차량과 도로 인프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분야 간 경계가 이미 무너져 있기 때문에, 기능별로 분화된 부처 간의 역할을 얼마나 잘 엮어낼 수 있는가가 목표 달성의 주요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래차 시대라는 거대한 파고를 올라타기 위해 부처 간 협력을 위한 실행방안이 잘 수반돼야 한다. 미래차 서비스 시대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서비스에 대한 범위 확장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유차 서비스,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등 수송 수단으로서의 서비스뿐 아니라,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모바일 오피스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보다 확장된 서비스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최근 촉발된 글로벌 밸류 체인이 붕괴되는 대외 무역 환경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미래차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 내재화와 함께, 내연기관 위주의 소재·부품 기업들의 생태계를 미래차 대응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마련된 전략도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차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준비도에 있어서 인프라가 세계 4위인 점에 비해 국민수용성은 19위에 그치고 있다. 사후관리, 실증 등이 발전전략에 포함되어 있으나,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더욱 적극적으로 연계해 이해관계의 충돌, 편의성, 안전성 등 소비자 수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미래차를 위한 우리의 준비 태세는 ‘거울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의 ‘붉은여왕’ 가설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붉은여왕은 모든 사물이 뒤쪽으로 빠르게 멀어져가는 거울세계에서, “여기선 있는 힘껏 달려야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있단다.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해”라고 앨리스에게 이야기한다. 경쟁국들이 빠르게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더 지혜로운 방안을 가지고 더 빠르게 뛰어야 한다. 냉혹한 적자생존의 글로벌 산업 질서 안에서 그간의 지위를 지키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기 위해 다시 한번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함께 앞으로 뛰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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