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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속으로] 이론과 현실의 충돌, 그리고 조화

입력 2019-11-06 18:07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 실무들을 다루다 보면 다양한 사례들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각양각색으로 법과 도덕의 경계, 이론과 현실이 충돌, 우선순위의 문제, 법령 간 균열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에 종종 휩싸이기도 한다.

횡령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징역 4년의 확정 판결받았던 한 오너는 옥살이 도중 ‘특별사면’을 얻어 사내이사 후보가 됐다. 일부 주주는 기업에 손해를 끼친 범법자의 취업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사면 이외 ‘특별복권’도 받아 동법 제14조의 ‘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므로 법률상 문제는 없었다. 우리 연구소는 현실적 불가피성을 감안해 이에 찬성했다. 이후 채용 확대,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퇴직금 지급률 축소와 더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오너의 복귀로 창출될 금전적 가치가 훨씬 크다면 해당 기업과 재무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 ‘철저한 재발 방지’와 ‘지속가능한 성장’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게다가 의안이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오너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면, 차라리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공개적인 책임 아래 떳떳하게 경영하는 것이 낫다. 흔히 이론적으로 최선과 최악을 상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차선’과 ‘차악’을 선택해야 할 때도 많다는 의미다.

부분과 전체의 괴리도 있다. 하나의 팩트를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느냐, 그로 인한 총체적 현실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다. 쉬운 예로, 새롭게 출시한 ‘H버터칩’이나 ‘꼬X면’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 그 회사의 주식을 사라고 한다면? 신제품의 매출이 아무리 급증한다고 해도 전체 매출상 비중이 낮거나 반짝 뜬 것에 불과하다면 주가는 인기만큼 반등하기 어렵다. 전체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미미한 ‘부분적 사실’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회사의 이사회 구성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문제에 종종 부딪힌다. 한 바이오 관련 기업에 제약 분야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올랐다. 임상 성공이 기업가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회사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고려한 이사 선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후보 개인의 경력과 자질은 훌륭했지만, 우리 연구소는 반대했다. 그 기업의 사외이사는 총 3명이었는데, 기존의 2명도 의과 및 제약 분야 교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업은 신약 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늦장 공시하고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바 있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감사위원까지 겸하는 것이라면 재무와 내부통제 전문가를 선임하는 게 더 적절했다. 부분적 사실보다 ‘전체 영향력’을 고려한 현실을 봐야 한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단편적으로는 분명 사실이지만 전체 관점에서는 진실이 아닌 경우가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이론적으로 서로 다른 현실을 고려한 법 조항 간 충돌 문제도 자주 접하게 된다. 2019년 초 10.8%의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상법 제363조의 2의 일반규정을 근거로 투자대상 회사에 주주제안을 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상장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동법 제542조의 6의 소수주주권을 근거로 법원을 통해 안건 자체를 폐기했다. 제안 당시 해당 주주가 5개월 동안만 보유해 주주 적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주주제안을 막는 것이 우선인가, 소수주주권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우선인가, 법 조항끼리 어긋난다. 입법론적 정리가 필요하다.

노자는 ‘모든 것에 음과 양이 있다(萬物負陰而抱陽)’고 했다. 이론과 현실이 공존하고 부분과 전체가 상호 작용하며, 당사자의 입장 속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다. 어느 하나만 고려하면 성급한 판단이 되기 쉽다. 그래서 노자는 바로 뒤에 문구를 하나 더 넣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양자 모두를 역동적으로 고려할 때 최적의 합이 도출된다(沖氣以爲和).” 기업 지배구조를 바라볼 때도 필요한 놀라운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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