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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현실 외면한 한국경제와 ‘스톡데일 패러독스’

입력 2019-10-28 16:25

▲김문호 (이투데이)
▲김문호 (이투데이)
미국의 경제학자 피셔(계량경제학의 창시자)는 1933년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개념을 통해 장기 경기 사이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변수로 부채와 물가를 꼽았다. ‘호황 국면이 끝난 후 부채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 가격 하락과 유동성 위축 등이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으로 확산된다. 이런 디플레이션에서 실질 채무는 불어나고, 채무자는 소비와 저축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 침체와 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게 부채 디플레이션의 요지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모습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4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15조4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작년 4분기 23조4000억 원에서 올 1분기 2조9000억 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가파르게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도 다시 1500조 원을 웃돈다.

고성장·고물가에서는 부채가 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자리도 많고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져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투자와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성장률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하락하는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빚에 대한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거나 소비를 줄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물가는 더 낮아지고 민간소비는 뒷걸음질 한다. 결국 자산 가격이 내려가는데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나타나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한국 경제의 하향세가 뚜렷하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0.4%(전기대비)로 뚝 떨어져 ‘GDP 쇼크’를 보였다. 덕분에 올해 2% 성장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현실화됐다. 서민들은 지갑을 닫았다.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일 보이던 소비자 물가는 지난 8월 드디어 마이너스로 들어섰다. 물가가 0.038% 하락한 것이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처음 전년 동월 대비 하락(-0.4%)하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가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2·4분기 말 현재 기업 신용은 188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기관의 한계기업 여신은 2018년 말 107조9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7조8000억 원 늘었다고 한다. 외감기업 전체 여신 내 비중도 13.8%로 전년 말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은행 시스템이 취약한 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면서 “기업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시스템적인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전반적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가 3년 6개월 만(8월)에 ‘주의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현 주소는 ‘블랙스완’(예상할 수 없는 위험이 일어난)과 달라 보인다. 이미 경제전문가들과 IMF,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꾸준히 한국경제를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중대한 위험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냥 지나치는 ‘회색코뿔소 위험’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육중한 코뿔소가 돌진해오면 진동과 먼지가 일어나 미리 대비할 수 있는데도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는 게 세계정책연구소 창립자 미셸 부커의 지론이다.

한국경제가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빠질까 걱정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한 말이다. 그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스톡데일 장군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스톡데일 장군은 수용 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의 특징을 묻는 말에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거부한 채 ‘내일이면 풀려나겠지’라고 기대만 하는 낙관주의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그 현실에 적응시켰다”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가까운 이웃 일본이 그랬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섰지만, 당시 일본 경제기획청은 줄곧 실제 성장률보다 1%포인트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현재 우리 경제도 이와 유사한 징후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정부는 2% 성장을 장담하지만, 이미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매출은 1·4분기에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 -1.5%)로 돌았다.

지금은 경제가 좋다고 말할 때가 아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빚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상환능력이 없는 한계가구나 기업 정리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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