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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경제] 게임음악 오케스트라 '플래직' 진솔 대표 "전공 살려 덕질 완성했죠"

입력 2019-10-04 17:38 수정 2019-10-04 17:48

▲진솔 플래직 대표가 이투데이를 만났다. 그는 대구MBC 교향악단 전임지휘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르티제 예술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진솔 플래직 대표가 이투데이를 만났다. 그는 대구MBC 교향악단 전임지휘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르티제 예술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완벽한 연주를 추구하기에 조금 깐깐하고 진지하며, 카리스마가 넘칠 것만 같은 인상.

그 역시 음악을 말할 땐 그랬다. 하지만 게임을 이야기할 땐 웃음과 함께 천진난만한 표정이 가득했다. 기자가 만난 ‘게임 덕후’, 진솔(32) 플래직 대표의 알쏭달쏭한 첫 느낌이다.

진 대표는 보수적인 클래식 업계에서 독특한 이목을 끄는 인물이다. 활동하는 지휘자 중 가장 어린 세대에 속할 뿐 아니라, 어린 사람은 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있는 ‘말러’의 음악으로 벌써 4번이나 정기 연주회(말러리안 시리즈)를 했다.

여기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에 삽입된 음악까지 콘서트장에서 지휘하는 이력도 가지고 있다. 변화가 적은 클래식 업계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화제를 가져올 만한 일이다.

▲약 1500명의 관객과 함께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연. 게임 유저들에겐 또 하나의 콘텐츠다. (사진제공=진솔)
▲약 1500명의 관객과 함께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연. 게임 유저들에겐 또 하나의 콘텐츠다. (사진제공=진솔)

진 대표의 새로운 시도는 ‘게임 덕질’이 원천이 됐다. 중학교 때부터 돈을 모아 게임 잡지나 CD를 살만큼 관심이 많았다고.

“어린 시절부터 영웅전설, 이스 이터널 등 롤플레잉 게임(RPG)을 많이 했고, 콘솔 게임은 물론 오락실에서도 자주 갔어요. 요즘엔 ‘포켓몬 고’를 하는데 운동을 하는 효과가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다른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죠."

게임을 좋아하는 소녀가 음악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집안의 영향이 컸다. 작곡가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연스레 음악을 접한 것. 그중 ‘지휘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것은 자신에게 결핍돼 있던 소통, 관심, 배려를 어떤 지휘자에게서 봤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엄하기도 했고 학교생활도 순탄치 않았어요. 당시를 생각해 보면 소통이나 관심이 좀 부족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갔던 한 연주회에서 지휘자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이해시키고, 강압적이지 않고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더라고요.”

이렇게 지휘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는 예상보다 컸다. 여성 지휘자가 많지 않은 데다, 먹고 살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몰래 시험을 보기로 했는데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게 노력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효율적으로 승리하는 법을 배우고, 내 캐릭터를 키우면서 계획을 짜게 되잖아요. 좋은 과외 선생님에게 수업받아도 꿈쩍하지 않던 제가 스스로 노력해 혼자 합격한 것은 알게 모르게 게임에서 배운 것이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해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게임 음악 플랫폼’이란 꿈. 게임 음악을 실제로 공연하기 위해 2017년 ‘플래직’을 만들었다. 게임을 잘 잘아야 하고, 음악을 잘해야 할 수 있는 일.

현재 국내에서 두 가지를 다 아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진 대표다. 클래식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가 왜 게임 음악을 연주하나?”라는 생각도 있는 만큼, 진 대표의 도전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과 다름없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음악을 지휘하는 모습. 이날 약 1000명의 관객이 함께 즐겼다. (사진제공=진솔)
▲스타크래프트 게임 음악을 지휘하는 모습. 이날 약 1000명의 관객이 함께 즐겼다. (사진제공=진솔)

플래직은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해외 유명 게임사인 ‘블리자드(Blizzard)’와 3년간 공연 기획권 계약을 맺을 정도로 그의 시도는 주목받고 있다. 플래직은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삽입 음악을 공연했고, 내년에는 5~6번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블리자드 외에도 국내외 게임회사 10여 곳과 접촉하며 공연을 기획 중이다. 특히, 게임회사들도 자사의 게임 음악으로 연주회를 열고 싶어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진 대표는 “블루오션 시장을 열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순탄해 보이지만 난관도 많다. 진 대표는 가장 어려운 것으로 '지적 재산권' 문제를 꼽았다.

“국내 유명 게임에 들어간 음악들은 누가 만든 건지 불분명한 게 많아 게임 회사 내에서도 저작권이 누구한테 있는지 모르는 일이 다반사에요. 공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게임 음악이 실제 연주가 아닌 ‘미디 음악(컴퓨터나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제작한 음악)’이어서 악보가 제대로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죠.”

이 때문에 하나의 공연을 꾸리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편곡자가 음악을 듣고 재편곡해 악보로 만든다.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일이니 영상과 무대 효과도 준비해야 한다. 음악과 게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는데 1억 원은 가뿐히 들어간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음악을 재편곡해 악보로 만들었다. 악기에 따라 악보도 다르다. (사진제공=진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음악을 재편곡해 악보로 만들었다. 악기에 따라 악보도 다르다. (사진제공=진솔)

진 대표의 목표는 무엇일까.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진 대표는 궁극적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클래식 업계에서는 아직 저작권이 풀리지 않는 곡을 연주하는 일이 암암리 묵인된다고 한다. 그는 게임 음악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그런 관행을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

당장보다는 좀 더 나중을 위한 목표도 말했다. 아마도 그의 진짜 목표일 듯 싶었다.

“플래직이 더 많은 계약을 맺어 공연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청소년 상담을 꼭 하고 싶어요.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힘들어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애착이 많습니다. 3년 안에 일을 궤도 위에 올리고 안정을 찾는다면, 아마도 그런 ‘여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음악을 말하다가도 게임 얘기로 화제가 바뀌면 그는 금세 10대 소녀같은 얼굴이 됐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음악을 말하다가도 게임 얘기로 화제가 바뀌면 그는 금세 10대 소녀같은 얼굴이 됐다. (홍인석 기자 my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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