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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발언대] 우리 풀사료의 가치 주목해야

입력 2019-01-22 17:27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겨울철 농촌 들녘에서는 하얗고 둥근 뭉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높이 1.2~1.5m, 무게 400~500㎏인 이것의 정체는 소가 즐겨 먹는 발효사료, ‘담근먹이’다. 멀리서 보면 말랑하고 폭신폭신해 보인다. 별명도 ‘마시멜로’, ‘공룡 알’, ‘두루마리 휴지’ 등 다양하다. 포장 과정도 신기한지 담근먹이를 만드는 영상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이런 발효사료가 거의 없었다. 풀이 지천인 여름에는 산으로 들로 소를 직접 끌고 가 꼴을 뜯게 했다. 겨울에는 가마솥에 볏짚과 고구마 줄기, 콩잎, 쌀겨 등을 넣고 쇠죽을 쑤어 주었다. 그러나 싱싱한 볏짚이 아닌 마른 볏짚은 말리는 동안 변질되기도 하고 영양 가치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소도 잘 먹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여 년 전쯤 등장한 것이 담근먹이다. 담근먹이의 시작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였다. 비가 자주 내리는 영국에서는 건초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 풀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둘둘 말아놓았는데, 이것이 발효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사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기술은 1990년대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촌진흥청의 연구로 지금의 두루마리형 담근먹이 만드는 기술이 널리 보급되었다.

볏짚과 사료작물을 포장해 만드는 담근먹이는 사람이 먹는 김치와 비슷한 점이 많다. 김치처럼 숙성 과정에서 젖산이 발효되며 소가 좋아하는 향긋하고 맛있는 먹이로 탈바꿈한다. 실제 소는 마른 볏짚보다 볏짚 김치를 더 좋아한다.

마른 볏짚의 경우 소 한 마리가 하루에 5㎏ 정도를 먹지만, 숙성한 발효 볏짚 김치, 담근먹이은 7.5㎏을 먹는다. 볏짚 담근먹이는 눈이나 비 같은 기상 여건에 영향을 받지 않아 사료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확 철에도 옮기지 않고 논둑에 쌓아놓으면 되기 때문에 겨울 사료작물을 심는 데도 유리하다.

볏짚뿐 아니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호밀, 귀리 같은 봄에 수확하는 풀사료도 담근먹이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소가 잘 먹고 영양가가 풍부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농촌진흥청이 우리 기후에 맞는 13개 품종을 개발·보급하며 담근먹이의 대표 주자가 됐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2018년 종자 공급량은 6103톤으로, 20톤 컨테이너 305개나 된다. 가공 방법으로 나눠 보면 담근먹이뿐 아니라, 태양열을 이용하여 저장성을 높인 건초, 담근먹이와 건초의 중간인 저수분 담근먹이 생산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수확기에 비가 잦아 건초나 저수분 담근먹이 생산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기상 여건이 바뀌고 맞춤 발효 첨가제를 개발하며 충분히 생산 가능한 여건이 됐다.

우리나라는 산림 면적 대비 평야는 적고, 초지 면적 또한 넓지 않아 충분한 풀사료를 생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매년 100만 톤 내외의 풀사료를 수입하고 있다. 이것이 사료비 상승과 수입 개방 등으로 어려운 우리 축산업을 위해 사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우유와 고기 등은 가축에서 나오고, 좋은 가축을 만드는 것은 좋은 풀사료다. 젖을 뗀 뒤부터 좋은 풀사료를 먹인 한우는 골격과 소화기관이 발달하며 더 튼튼한 소로 자랄 수 있다. 풀사료를 충분히 먹은 젖소가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초, 저수분 담근먹이와 같은 다양한 가공법 보급과 우리 기후에 맞는 풀사료 품종 개발은 우리 축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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