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가 저품격 드라마라고? 소가 웃을일![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6-12 11:59 수정 2015-06-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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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제공)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의아했다. 그리고 의미를 알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로 ‘저품격 드라마’라는 용어다. 지난 5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방송비평학회가 공동 주관한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부 교수, 오명환 숭의여대 교수, 이금림 방송작가협회이사장, 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 한석현 팀장, 방심위 한정희 위원 등 이날 토론자들도 ‘저품격 드라마’라는 용어가 낯설었는지 ‘막장 드라마’와 ‘저품격 드라마’용어를 혼용하고 처음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또한 이 토론회에 관련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중 상당수가 한 기사 안에 ‘막장’과 ‘저품격’을 혼용 했다. 이 토론회에서 명명한 ‘저품격 드라마’는 일반인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막장 드라마’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사 시청률 지상주의와 제작관행에서부터 작가의 인기영합주의, 시청자의 자극성 추구 드라마의 선호 등 막장 드라마의 원인부터 막장드라마의 특성과 범주, 그리고 막장 드라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까지 다양한 부분에 걸쳐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오명환 숭의여대 자문교수가 “오늘날 막장 드라마는 1970년대의 저질, 저급, 퇴폐 드라마의 데자뷔와 같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문제 있는 자극적이고 저질의 드라마에 대한 명명 용어는 시대와 드라마 성격과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1990년대 들어 작품성뿐만 아니라 정서적 폐해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많은 드라마를 지칭하는 용어는 작품의 반복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일부 작가들의 작품을 지칭하면서 등장했다. 특히 최근 본인은 은퇴라고 주장하지만 상당수는 방송가 퇴출로 바라보는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수식하기위해 등장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제공)

1998년 임성한 작가의 첫 연속극 ‘보고 또 보고’가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내용도 없이 늘리고 또 늘리다 신문사 방송 담당기자가 뽑은 ‘올해의 최악의 드라마’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네 명의 여자를 거친 아버지와 네 명의 배다른 자식의 이야기를 다룬 ‘온달 왕자들’(2000년)에서부터 ‘인어 아가씨’‘왕꽃 선녀님’‘하늘이시여’‘아현동 마님’‘보석 비빔밥’‘신기생뎐’, 그리고 수많은 중요 출연자가 이유도, 개연성도 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중도하차 한‘오로라공주’(2013년), 캐릭터와 스토리가 황당함으로 초지일관한 ‘압구정백야’까지 임성한 작가의 대부분의 드라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를 받거나 시청자와 시민단체로부터 퇴출 압력을 받아왔다. 문영남 작가의‘소문난 칠공주’‘수상한 삼형제’‘조강지처클럽’,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왔다 장보리’등이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문제로 인해 비난과 비판을 받으며 이들의 작품을 아우르며 지칭하는 수식어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2000년 임성한 작가가 네 명의 여자를 거친 아버지와 네 명의 배다른 자식의 이야기를 다룬 ‘온달 왕자들’로 인해 시청자의 비난 요구가 봇물을 이룰 때에는 ‘엽기 드라마’라는용어를 등장시켜 문제의 드라마들을 비판했다. 물론 이 당시 대중문화 코드중 하나가 엽기이기도 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황당한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온달 왕자들’같은 드라마들이 서서히 등장해 ‘엽기 드라마’용어를 만들어 비판했다.

이후 등장한 용어가 ‘욕하며 보는 드라마’다. 2005년 시작된 임성한 작가의‘하늘이시여에 명명하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친딸을 며느리로 설정하는 전대미문의 파격적 설정에서부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캐릭터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음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자의 이중성, 즉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관행을 지적하기위해 동원한 표현이었다.

문영남의‘소문난 칠공주’‘조강지처클럽’ 역시 ‘하늘이시여’ 못지않은 문제점이 많았지만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욕하며 보는 드라마’지칭하며 비판했다.

이후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개연성이 전혀 없는 드라마를 지칭하기위해 쓴 표현이 ‘막장 드라마’이었다.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는 의미를, 드라마가 막나가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전용해 사용한 것이다. 2008년 5월 시작돼 2009년 1월에 끝난 일일 드라마 ‘너는 내운명’등에 쓰이기 시작한‘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은 2008년 11월 시작해 2009년 5월에 끝난 김순옥 작가의 일일드라마‘아내의 유혹’을 계기로 일반인도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로 보편화했다.

‘막장 드라마’를 지칭하면서 개연성 없는 부실한 스토리,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와 일관성 없는 캐릭터의 급변, 진부한 사건과 갈등기제, 상투적인 플롯을 기본으로 하지만 스토리와 캐릭터에 강한 선정성과 폭력성, 자극성의 극단적 투영, 인과관계와 상관없는 사랑과 화해라는 교조적인 결말 처리방식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최근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 김순옥의 ‘왔다 장보리’등이 막장 드라마로 지탄 받았다.

(사진=왔다 장보리 화면캡처)

물론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가 보편화하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바로 표현방식과 인과관계, 개연성 등을 정교하게 분석하지 않고 단지 드라마의 소재가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장 드라마로 치부해 비판하는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5월19일 저품격 드라마 토론회에 나온 방송작가협회 이금림 이사장이 드라마 ‘아내의 자격’과 ‘밀회’를 막장 드라마로 칭한 MBC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의 발언에 대해“세계적인 작품 ‘햄릿’도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뤘느냐에 따른 것”이라며 “‘아내의 자격’과 ‘밀회’에는 분명 자극적 코드가 있지만 섬세한 문장력과 정신세계, 작가 의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재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소재를 저품격으로 다뤘을 경우를 막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은 막장 드라마의 개념과 범주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막장 드라마에는 품격이 낮은 저품격이 아닌 품격 자체가 없다. 막장 코드와 소재, 캐릭터, 스토리만 있을 뿐이다. 자극성과 선정성, 폭력성, 개연성 없는 캐릭터와 황당무계한 사건 전개의 확대재생산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막장 드라마는 시청자의 정서를 파괴시키는 등 폐해가 엄청나다. 막장 드라마에 재현된 텍스트와 이미지, 캐릭터를 통해 인식의 근간을 형성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끔찍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막장 드라마를 ‘저품격 드라마’로 전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막장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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