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한다

입력 2013-08-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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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인을 부자로 생각한다. 개인보다 부자인 법인이기에 세금을 올려도 된다는 논리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므로, 법인세를 인상하면 누군가의 세금이 높아지게 된다. 법인세를 실제로 누가 부담하는가 문제는 재정학에서 오랫동안 많이 연구되었고, 주장도 다양하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된 결론은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법인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제일 먼저 주주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인의 실체를 재벌과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은 전체의 2% 미만일 뿐이다. 따라서 법인세를 인상해도 재벌가의 부담 몫은 매우 적고, 실제로 많은 분산된 주주들이 부담하게 된다. 재벌들은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를 통해 얼마든지 세부담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마치 재벌들의 세금인 양 잘못 인식하고 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의 경영진은 인상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게 당연한 경제적 행동이며, 가능한 여러 사람들에게 전가시키려 할 것이다. 먼저 종업원의 임금 혹은 복지혜택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세금 인상분을 전가시킬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생산물 가격을 조금 올려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케 할 수 있다. 전체 자본가들이 일부 부담할 수도 있다. 즉 법인세 인상은 해당 업종에 투자한 자본의 수익률을 낮추므로, 자본은 다른 투자대상으로 이동할 것이다. 다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 자산의 수익률도 떨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다른 자본 투자자들도 법인세 인상분의 일부를 부담하게 된다. 이런 논리로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했는데,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은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로 볼 수 있다. 법인세의 실제 부담자들이 이 정도면, 결국 국민 전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게 아니고,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재정학에서 법인세 부담에 대한 많은 연구가 50여년 동안 이루어졌으며, 공통된 결론은 법인세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단지 부담비율이 이들 계층들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뿐이다.

필자는 올해 전세계 재정학자들의 논문 발표장인 국제재정학회에 참석하여 독일의 법인세 부담에 대한 재미있는 실증연구 결과를 토론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은 우리와 반대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법인세 인하로 인한 종업원의 임금과 고용효과에 대한 실증분석이었다. 법인세 부담을 분석하는 경제모형은 매우 복잡하지만, 결론은 단순하였다. 독일이 과거 10여년간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종업원들의 임금이 인상되었고, 고용도 증가했다는 결론이었다. 비록 독일의 실증결과이지만, 한국의 법인세 정책에 중요한 시사성을 준다.

한국에서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라고 비판한다. 법인이 부자인데 감세해 준다는 논리이나 이는 감성적인 선동이지, 결코 사실이 아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목표는 고용증대다. 고용을 증대하는 정책 수단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독일의 예를 들면, 법인세를 인하함으로써 고용 증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현재 종업원의 임금도 올라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정책수단인가. 그러나 한국에선 법인세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이러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에 대한 개념이 없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기업투자 증가효과는 이미 오랜 전부터 검증된 연구 결과이다. 이번에 보여준 독일의 고용증대 효과는 법인세 인하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결론적으로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임금도 올라가고 고용도 증가하여, 국민이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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