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한복(韓服)과 한푸([Hanfu], 漢服)②

입력 2019-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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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지명과 인명에 대해 ‘원음주의 표기’라는 해괴한 원칙을 적용하여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적지 않고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있다. 전에는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 모택동(毛澤東), 등소평(鄧小平), 북경(北京), 남경(南京), 심양(瀋陽)이라고 적던 것을 지금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베이징’, ‘난징’, ‘선양’ 등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지명이나 인명을 절대 우리 고유의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어 주지 않는다. 제주도는 ‘지저우따오’로 전주는 ‘췐저우’로 읽고, 대통령 이름도 ‘루우셴(盧武鉉)’, ‘피아오친후이(朴槿惠)’, ‘원짜이인(文在寅)’으로 읽는다. 중국에는 이영애도 없고 송혜교도 없다. 오직 중국식 발음의 이름인 ‘리링아이’와 ‘쏭후이쟈오’만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어 주지 못해서 여전히 안달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명사까지도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베껴 유객(遊客) 즉, 관광객을 ‘유커’라고 하고, 80년대 이후 출생자라는 뜻의 중국어 ‘八零後(팔영후:80후)’도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따다가 ‘빠링허우’라고 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중국이 앞으로 중국의 전통의상을 한족(漢族)의 옷인 ‘漢服(한복)’으로 정하고 ‘한푸[Hanfu]’라고 읽으면 우리는 금방 또 그들의 발음을 따다가 무슨 내력인 줄도 모르고 중국의 전통의상을 ‘한푸’라고 한다며 그렇게 사용할 게 뻔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우리의 ‘한복(韓服)’을 지금까지 ‘한푸[Hanfu]’로 불러왔다. 발음만으로 보자면 이제 우리의 한복도 중국 옷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게 될 판이다. 게다가 중국의 송·명대 漢服은 우리의 韓服과 닮은 점도 있다. 우리의 한복마저 중국에 빼앗길지 모를 일이다. 알아야 이길 수 있는데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한자를 이토록 무시해서야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지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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