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기는 시시하겠다고요?”

입력 2019-01-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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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출입처를 옮겼다. 이전 출입처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출입처 사람을 만날 때 꺼내는 단골 소재다. 그날도 이전 출입처가 어디였냐는 홍보 담당자의 질문에 법조에 있었다고 답하니 “여기는 시시하겠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여기가 시시한 곳인가?’ 싶었지만 제대로 대꾸도 못 하고 얼버무렸다. 출입처를 옮긴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법원과 검찰을 출입하던 해 출입처의 중심 사건은 나라를 뒤흔든 일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고,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으며, 재벌 총수가 구속된 후 풀려났다. ‘이제야 국정농단이 지나가는구나’ 했더니 이번엔 사법 농단이 터졌다. 모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기에 간혹 이쪽 소식에 밝지 못한 지인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크고 중요한 일을 어떻게 놓치고 살고 있을까’ 의아했다.

출입처를 옮긴 지 두 달. 세상천지 중요한 일이 차고 넘치는 곳이라 여겼던 그곳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보지 않고 듣지 않으니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대신 나의 눈과 귀를 채운 건 커피값이 오르고, 최저임금이 얼마이고,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니 내수가 어떻고 등의 일들이다. 이것이 국정농단보다 시시한 일일까.

중국인 단체 관광이 줄어드니 거리를 채우던 화장품 로드숍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휴수당까지 챙겨줘야 하니 심야를 밝히던 편의점도 불을 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장 개개인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온다.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그곳의 일들이 가장 중요하고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듯하다. 조금만 비켜서면 그렇지도 않은데. 뭐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 크고 작고, 무겁고 가볍고, 어쩌고 저쩌고, 감히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 어느 것도 모두의 삶에서 결코 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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