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낮은 PBR의 힘을 신뢰한다

입력 2018-12-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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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7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2018년 연말이다. 거리는 한산하고 뉴스는 암울하다. 작년 말엔 미래가 기대로 충만했다면 지금의 전망은 부정적 우려가 가득 차 있다. 컨센서스는 미래가 아닌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대내적으로는 개혁 정책의 피로도가 쌓여왔고, 우려는 여전하다. 비관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하지만 컨센서스는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이들의 생각일 뿐이다. 현 주가 수준은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왔다. 본격적인 회복 모멘텀의 시작은 2019년 2분기 이후로 보고 있지만 현 주가 수준에서 추가 낙폭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 여전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힘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2018년 내내 PBR는 한국 증시의 버팀목이 돼 왔다. 대내외 악재로 인해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의 저평가가 심화했지만 추가 하락이 제한된 이유는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한 PBR 수준에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버팀목에 대한 공감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낮은 PBR는 이후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으로 보면 당연하다는 반론이다.

낮은 PBR는 둘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 첫째는 자산 자체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겉으로 드러난 자산가치가 실제와 다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확산하는 경우이다. 자산이 부실화되거나 자산 평가 자체가 과거와 다른 기준이 적용될 때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다. 한전의 낮은 PBR 원인을 탈원전 정책에서 찾은 것은 좋은 사례이다. 원전의 청산가치가 장부가와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심이 주가 하락을 합리화해 왔다.

둘째는 기업의 수익창출능력이 떨어짐에 따라 낮은 PBR가 정당화되는 경우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고 당장은 PBR가 낮지만 저평가 상태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한국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이 8% 초반까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가 있다. 향후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으로 가늠하면 실제 한국의 PBR는 저평가가 아니라 고평가란 주장이다.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12개월 선행 ROE는 지금 10% 수준이다. 2016년 12%까지 상승했던 ROE가 10%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잔여이익모형은 주가를 현재의 자본과 미래 자본 증가분의 현재 가치로 설명한다. 자본의 증가분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수치이며 따라서 주가를 자본으로 나눈 PBR는 ROE의 함수라고 설명할 수 있다. ROE의 감소는 자본의 효율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는 PBR가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PBR는 ROE의 함수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살펴봐도 ROE가 높은 국가가 PBR가 높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ROE가 18.6%인데 PBR는 2.9배이고, 인도는 ROE는 14.6%인데 PBR가 2.5배다. 반대로 ROE가 낮은 국가는 PBR가 낮다. 일본의 경우 ROE가 9.5%인데 PBR는 1.1배이고, 폴란드는 ROE는 10.7%인데 ROE가 1.2배이다.

한국의 ROE가 8%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너무 극단적이다. 현재 10% 수준의 ROE가 8%가 되려면 이익추정치가 20% 하향 조정돼야 하는데 2019년 코스피200 영업이익 추정치는 204조 원 수준이다. 여기서 20%가 하향 조정되면 163조 원 규모일 것이다. 이 정도 영업이익이면 2016년 영업이익과 2017년 영업이익 사이에 위치한다. 주가가 2016년 수준까지 내려왔으면 이익 역시 2016년 수준으로 내려가야 ROE 8%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익이 이렇게까지 감소할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 한국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추정치 기준 40%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2018년 영업이익은 62조 원에서 2019년에는 52조 원으로, SK하이닉스는 22조 원에서 18조 원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형성되어 있다. 만약 여기에서 20%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 2019년 영업이익은 삼성전자는 42조 원, SK하이닉스는 14조 원이 된다. 이미 우려감이 반영된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20% 추가 하향 조정된다면 두 기업 모두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30% 이상의 역성장을 전망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의 둔화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너무 극단적 가정이 아닐까?

물론 과거에 연초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20% 이상 하향 조정된 사례가 있었다. 2011년에서 2014년까지는 연초 대비 실제 코스피200 영업이익은 20% 이상 낮게 발표됐다. 다만 당시엔 모두 공통으로 한국의 이익증가율이 높게 형성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가로 20%의 이익이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현재의 불안한 눈으로 모든 악재를 최대한 반영한 전망으로 판단되며,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험적으로 시장에 대한 컨센서스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된다. ROE 8% 논리는 낮아진 PBR를 설명하기 위한 가능성의 하나로 제시됐을 뿐이다. 비관론은 냉소적이고 지적인 경향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 종속되는 경향이 크다. 주가는 2019년의 이익 하강을 이미 반영해 왔고 주가 하단은 매우 견조하다. 주가가 돌아서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 저점이 확인되어야 하고 필자는 숫자상 저점을 2019년 2분기로 전망한다. 주가는 그보다 앞서 돌아설 것이다. 2019년 크리스마스엔 여기저기에 트리가 반짝이고 따뜻한 캐럴이 울려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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