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라

입력 2018-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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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지금까지는 벤처 활성화에 관한 논의와 펀딩 문제가 초기의 벤처 구성에 치중되어 있었다. 즉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펀딩이 벤처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통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벤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나 시스템이 논의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벤처 활성화 산업도 점점 진행되어, 이제는 벤처 구성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이미 시작된 벤처가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더 관심과 노력이 쏠리고 있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그중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점이 CEO와 벤처 구성원들의 자만심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경제 미디어 CNBC에서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언젠가 아마존도 파산할 수 있다”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최고의 주가를 구가하고 있고, 뉴욕과 워싱턴에 제2 본사 신설을 발표하며 앞으로도 성장하는 일밖에 없을 것 같은 아마존의 CEO가 공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밝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다. 근래 파산한 시어즈(Sears)라는 회사도 80여 년 전에는 아마존만큼이나 유통산업에서 혁신적인 벤처 리더였다. 얼마 전에는 애플의 실적 발표와 함께, 한때 성공의 화신으로 여겨졌던 이 회사가 얼마나 경쟁력이 지속될지 회의적인 논의가 제기돼 시끄러웠다.

실제 역사적으로 성공한 회사도 100년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화가 큰 근래에는 기업이 30년을 번영하며 견디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벤처가 무르익는 데 약 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30년이라는 것은 아주 짧은 생명이다. 1990년대 인터넷 벤처에 집중됐던 관심과 자금을 이용하여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선, 성공 스토리의 교과서 같은 아마존이 파산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어느 정도 성장한 벤처라도 회사가 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주 필자가 오랜 기간 진행했던 연구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CEO가 거둔 주관적 벤처 성과가 벤처의 객관적 성과와는 연관이 없다는 점이었다. 주관적 결과, 특히 벤처 CEO로부터 측정한 ‘3년 뒤 회사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항목과, 그 뒤 3년 후 측정한 객관적 이익 성장과 매출 성장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나오지 않았다.

더욱 주목할 것은 CEO의 주관적 성과 항목은 3년 뒤 벤처 CEO가 아니라 주요 결정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항목인 ‘우리 회사가 3년 전 상황보다 더 나아졌다’와는 부정적 관계가 나오는 것이었다. 조사의 메시지는 벤처가 조금 만족할 만한 궤도에 올랐을 때 위험이 닥쳐온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적거나 다른 벤처 경험이 없는 벤처 CEO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벤처가 특정 벤치마킹을 이루어 어느 정도 성공을 하면 빠져나갈 구멍을 따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은 성공에 자만하거나 안주해서 눕지 말고 항상 경각심을 잃지 않으며 발끝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별 고생 없이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보고,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어느 정도 펀딩을 통해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 지금까지 거둔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돼 탄탄한 미래만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을 조심해야 한다.

벤처를 이끌거나 주요 구성원으로 합류해 추진하는 사람은 장거리 마라톤을 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42km가 넘는 긴 거리에서 처음 몇 km의 속도와 성과는 별 의미가 없다. 마라톤 주자가 무한한 에너지로 뛸 수 없는 것처럼 막대한 자금이 무한대로 들어오지 않을 게 당연한 벤처의 처지에서, 긍정적인 상황이 언제든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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