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저먹는 자들

입력 2018-08-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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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하 금융부 기자

테이커스(Takers). 남들이 힘들게 키운 열매를 거저먹는 자라는 뜻이다. 미국 칼럼니스트 리나 포루하는 자신의 책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에서 금융가를 ‘거저먹는 자’라고 비판한다. 대다수 금융기관이 실물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없이 고장 난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린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10조 원.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이 올 상반기 이자 이익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당기 순이익은 4개 은행 각각 1조 원에 이른다. 문제는 은행이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잔액 중 가계 대출 잔액(446조1780억 원)이 기업대출 잔액(418조3060억 원)보다 30조 원가량 많다.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 가계 대출은 연평균 6.2% 증가했으나 기업대출은 5.4% 늘어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책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할 테다. 최 위원장은 4월 간부회의에서 “이 책은 건전한 도전정신을 진작시키던 금융이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금융으로, 빚더미만 남기고 시스템 리스크만 키우는 금융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며 “이러한 평가를 금융당국자들이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이 배를 불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 0원 이하(26만4564개)’와 ‘1000만 원 이하(8만5468개)’ 기업이 총 27만3128곳에 달한다. 전체의 50%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힘써왔다. 다른 국가에 비해 위기를 금방 극복했던 이유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가계대출 확대해서 예대마진을 얻고, 위험한 기업 투자는 안 할 건지 생각해볼 문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싶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위험 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쉽게 배를 불리는 것을 멈추고, 금융의 본래 역할인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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