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존재의 이유’부터 잘 설정하라

입력 2018-03-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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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션 오리엔티드(mission-oriented, 임무 지향) 벤처라 하면, 이윤 추구보다 취약자를 돕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repreneurship)이나 공공 복리 증진을 위한 임팩트 사업(impact entrepreneurship)을 생각하기 쉽다. 잘못된 생각이다. 기업 활동의 미션이 사회적 복지와 이타적 성장 추구에 중점을 두고 세워질 수 있으나, 사실 미션은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보는 것이 옳다. ‘존재의 이유’는 어떤 형태의 벤처 활동에도 적용되며 벤처의 설립뿐만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다.

벤처의 ‘존재 이유’를 설정할 때 우리는 흔히 기술과 속성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요즘 벤처 창립 이유와 경쟁력을 내세울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다. 어느 산업군을 막론하고 흔히 보이는 벤처 모델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선택을 도와주는 기술, 빅테이터를 이용해 정보 처리 알고리즘을 만들어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기술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속성 중심으로 벤처의 미션을 정의해서는 심지어 기술산업군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벤처가 기술을 제공하는 종속모델이 아니라 브랜드화할 수 있는 모델이 되려면 속성이 아닌, 의미 중심의 존재 이유 설정이 중요하다. 즉, 이런 기술로 변화시킬 인간의 사고, 감정, 행동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람과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산업 에코 시스템(eco-system)과 세상의 변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러한 바꿈이 남의 시장과 소득을 갉아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과 나누고 남에게 없었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이윤 중심 벤처도 바로 미션 오리엔티드 벤처가 되는 것이다.

의미 중심의 미션 수립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먼저 벤처의 존재 이유가 기술이 아니고 의미라면 의미 설정에 필요한 모델의 방향성과 기술의 피봇이 더 유연해질 수 있다. 내가 보유한 기술이나 초기에 생각한 모델이 내가 추구하는 의미를 만들에 내기에 적합하지 않은지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벤처를 통해 추구하는 미션에 대해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있으면 창업자가 멘탈 상태를 관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벤처 창업자는 고달프다. 많은 경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고, 요구가 많은 사람들과 상대하고, 예상치 못한 난제의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자신의 실패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실패까지도 안아야 하니 창업자가 벤처의 미션을 시장과 세상에 긍정적인 내용으로 설정했을 때 자신을 격려하고 스트레스와 싸우며 나아가기가 수월하다.

의미 중심으로 미션을 설정하면 남들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타적이다. 나의 이윤 추구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런 인식 없이 속성으로 미션을 제시하면, 이미 존재하는 모델에 약간의 기술적 우월성이 더해진 소위 ‘파생모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모델들은 내가 꼭 필요한 파트너나 투자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많은 경우 기술을 이해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벤처가 주도하는 의미에 동참했을 때 충성도가 높아지고, 벤처의 기술적 실수에 조금 더 관대해지며, 조금 더 싸고 편하다고 다른 모델로 옮겨 가는 경우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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