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미투와 같을 여(如)

입력 2018-02-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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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나도 피해자)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피해 증언이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 실태 폭로로 이어지며 종교계, 정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참기’보다 ‘참가’해야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일고 있다. 여풍당당, 남존여비(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데 있다) 등의 허울 좋은 담론을 한 꺼풀 벗겨낸 우리 사회의 속살은 민망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극적 동조와 지지를 표하는 여론이 다수라는 점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지지 의견은 74.8%, 반대한다는 의견은 13.1%로 지지가 대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운동은 미 투(Me too)에 대한 어감마저 바꾸고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나도요’ 쯤에 해당하는 그동안의 인식은 부정적이고 희화(戱畵)된 경우가 많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소극적 따라쟁이, 혹은 남이 애써 다해 놓으면 숟갈 하나 올려놓고 밥상 나눠 차지하려는 얌체를 떠올린다. 오죽하면 “‘미 투’ 다음에 오는 말은 ‘미 스리’”라는 썰렁한 유머가 있겠는가. 미투의 확산은 소극적 동조를 넘어 적극적 공조의 성격이 강하다. ‘나도’의 공감과 공조가 공론을 끌어내고 있다. 숟갈을 얹는 것이 아니라 백짓장을 맞들어 힘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구원까진 아니더라도 ‘미투’의 응원을 해야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다. 동조는 남의 주장에 자기의 의견을 일치시키거나 보조를 맞춤을 뜻하는 수직적 의미다. 공조는 여러 사람이 서로 연대해 도와주는 수평적 의미가 강하다.

미투 운동의 확산을 보면서 문득 한자의 ‘같을 여(如)’가 떠올랐다. 미투를 한 글자 한자로 말하면 여(如)란 점에서다. 여(如)는 여자 여(女)와 입 구(口)가 합해진 글자다. 여(如)엔 삼종지도(三從之道:여자가 살아가면서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 남자(아버지, 남편, 아들)의 명령, 말[口]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가이드라인 흔적이다. 즉 여자는 자신의 의지가 없고, 없어야 하고, 없기 때문에 아버지(남편, 아들)의 말을 좇아야 한다는 데서 ‘같다’는 뜻이 유래했다.

미투 운동을 보며 오늘날의 같을 여(如)는 과거 부화뇌동, 이하동문의 소극적 의미가 아니란 생각을 해본다. 이제 여(如)는 ‘여성 간 연대의 시스터후드(sisterhood:목표와 사상을 같이하는 자매애)의 공조 의미’이다. 소극적 순종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를 주체적으로 듣고 자기 목소리를 내 적극적 연대를 맺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모든 문자는 당대 사회문화의 반영이다. 한글이나 한자에 여자를 낮추는 말과 글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싫어할 혐(嫌), 허망할 망(妄) 등의 부정적 어감이 담긴 글자가 그 예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반면에 남자 셋이 모이면 의형제의 도원결의를 맺는다. 여(女)자가 세 개면 간사할 간(姦)이 된다. 아들 자(子)가 세 개면 삼갈 전()이 된다. 이는 모계에서 부계사회로 변화하면서 소수자, 열세로 전락한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의 반영이다.

전통사회의 성차별적 담화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꼭 성희롱,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여직원의 여성 리더에 대한 합리적 문제 제기도 여여(女女) 갈등으로, 조직의 문제점과 의혹 등을 지적하는 것을 여성들의 충성심 부족과 배신으로 몰아간다. 이번 미투 운동이 한순간의 반짝 불꽃으로 끝나지 말고 지속적 의식개혁 운동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아니라 비리와 부조리의 유리천장을 깨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했으면 한다. 같을 여(如)의 끈끈한 공조와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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