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겨울 문학여행

입력 2018-02-09 14:11 수정 2018-02-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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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기념 특별전으로 ‘겨울 문학여행’(1.29~3.18)을 전시하고 있다. 제1회 동계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에서 북미, 다시 동아시아의 중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며 겨울 문학 속에 새겨진 모든 이야기를 담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꼭 보고 싶은 전시였다. 모두 10개의 언어권과 13개 국가의 대표적 작품을 아우르고 있어 올림픽 기간 중 모든 세계인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은 작가에게 무엇일까? 세계의 모든 문학은 사실 겨울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묻는다. 겨울은 과연 작가에게 무엇인가? 이어령 선생은 겨울은 역설적으로 가장 따뜻한 계절이라고 말했다.

겨울을 통과하지 않는 봄이 있던가. 겨울은 인간이 넘어서야 할 결의와 의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삶이 그렇지 않던가. 편안하게 보이는 삶 속에서도 자기만의 겨울을 감당하면서 한바탕 싸움으로 이어지는 삶이 아니던가. 혹독한 시련, 고통, 상처, 질병, 비극, 문명이 만들어 낸 인간의 한계, 전쟁, 그리고 핵의 위협마저도 넘어서야 할 인간의 의지를 겨울로 표현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겨울이 없었다면 문학이 존재했을까? 어리석은 질문을 하며 전시를 둘러보았다. 이번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최한 ‘겨울 문학여행’은 바로 세계에 드러나고 있는 인간의 불합리한 비평화를 넘어서야 한다는 개념으로 다시 읽는 세계의 겨울 문학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 전시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도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53편의 겨울 시(詩)도 눈길을 끈다. 각 나라 언어로 된 도서와 한국어 번역본을 함께 비치하여 비교하면서 읽어 볼 수 있게 하여 편리함까지 준다.

특히 각 나라 대사관이 추천한 도서들이 눈길을 끄는데 독일, 중국,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7개 대사관의 협조로 추천받은 겨울 문학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작품들도 익숙하게 만난다. 백석의 나타샤를, 이청준의 눈길을, 김광균의 설야(雪夜)를, 김승옥의 1964년 겨울을, 그리고 황진이의 동짓달을 만날 수 있다.

평창의 작가인 이효석의 겨울도 눈이 시리게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사실 국내에서도 겨울 문학만 골라 개최한 첫 기획이다. 이효석의 보기 드문 작품 ‘성수부(聖樹賦, 1935년)’와 ‘벽공무한(碧空無限·1941년)’도 기다리고 있다.

아동물들도 재미를 얻을 수 있게 전시돼 있어 어린이를 위한 가족 나들이도 겨울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상적인 겨울 문학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목월 선생은 2월이면 베개 밑으로 봄이 흐른다고 했다. 겨울의 끝은 봄이다. 겨울을 이 악물고 견디는 것은 스스로 자기 안에서 봄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래서 겨울 안에서 모든 작품을 구상했는지 모른다.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올림픽 취지에도 잘 맞는 하나 된 겨울 문학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서점과 또 다르게 작품을 위한 미디어를 이용한 화려함이 작품 안으로 불쑥 뛰어들게 만들어 공감과 황홀감을 더한다. 작은 나들이에 비해 기쁨이 크다. 이 전시의 끝은 역시 봄이다. 봄에 닿기 위해 이 겨울 전시를 한번쯤 통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세계 겨울 문학여행이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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