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주전자(酒煎子)와 주전자(酒傳者)

입력 2017-11-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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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주전자에 술을 담아 따라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보리차마저도 ‘티백(Tea bag)’ 형태로 출시되면서 물을 끓이는 데에도 전통적 모양의 주전자보다는 예쁜 디자인의 ‘커피포트(coffeepot)’를 사용한다.

주전자는 ‘酒煎子’라고 쓰며 각 글자는 ‘술 주’, ‘달일 전’, ‘아들 자’라고 훈독한다. 여기서의 ‘子’는 ‘아들’이라는 뜻이 아니고 탁자, 의자 등과 같이 물건의 이름 뒤에 붙이는 접미사이다. ‘煎’의 주된 의미는 약을 달이는 것처럼 뭔가를 달이는 것인데 단순히 끓이거나 데울 때에도 이 ‘煎’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酒煎子’는 본래 ‘술을 데우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표준국어사전은 주전자를 ‘물이나 술 따위를 데우거나 담아서 따르게 만든 그릇’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술집에서 주전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병에서 직접 따라 마시거나 일부 젊은 층은 아예 병을 직접 입에 대고 마시기 때문에 술을 주전자에 담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술을 데워 마시는 경우는 더욱 보기 힘들다. 일부 노년층이 일본 술을 마실 때 외에 주전자가 술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전통적 모양의 양은 주전자가 바삐 오가는 곳이 있다. 전북 전주에 있는 막걸리집들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막걸리를 마실 때 주전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플라스틱 병에 포장된 것을 병마개를 잡고 빙빙 돌려 탄산 성분이 넘치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따서 마신다.

하지만 전주의 막걸리집에서는 거의 다 시골스러운 정감을 느끼게 하는 양은 주전자를 사용한다. 최소한 20여 종의 푸짐한 안주를 차린 술상 위로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가 바삐 오간다. 이 주전자를 이제는 ‘술을 전하는 놈’이라는 뜻에서 ‘전할 전(傳)’, ‘놈 자(者)’를 써서 ‘酒傳者’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呵呵(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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