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 왜 이래… 거래 감소에도 가격은 상승

입력 2017-11-07 06:00 수정 2017-11-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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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대책 약효 드러나는 11월 지나면 분위기 급반전 될 듯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거래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거래가 적다는 것은 구매수요가 줄었다는 소리다.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적고 매물이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하락하기 마련이다.

요즘 서울주택시장은 이런 공식이 깨진 듯하다. 매매량은 대폭 줄었는데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3815가구로 9월(8341가구)보다 54.3% 줄었다. 올해 들어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8월(1만4749가구)과 비교하면 74.1% 급감했다. 매매 수량이 4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그런데도 지난달 아파트가격은 오히려 0.26% 올랐다. 강력한 규제책으로 불리는 8.2부동산 대책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한 9월에는 -0.01% 하락했는데 한달 만에 상승세로 바뀌었다.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것 같았던 8.2대책 약발도 1개월 만에 힘발을 잃었다.

그래서 정부는 대출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0.24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는지 모르지만 주택시장이 정책 당국 의도대로 흐르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거래량은 대폭 줄었는데도 가격은 떨어지기는커녕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듯싶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격이 치솟는 양상은 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 기류를 닮아가는 듯해서 두렵다. 약발이 먹혀들지 않으면 정부는 더 강력한 처방전을 만들 것 같아서 그렇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관련 통계가 잘 못됐던지, 아니면 개발 호재로 인해 가격하락 요인이 소멸된 탓일 수도 있다. 평소보다 매물이 적은 것도 아닌데도 가격 위축이 없다는 점은 그만큼 수요기반이 튼튼하다는 얘기도 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은 규제 무풍지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인 듯하다.

9월만 해도 강남·서초를 비롯해 9개 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으나 10월 들어 모두 상승국면으로 바뀌었으니 그런 얘기가 들릴 만도 하다.

그동안 서울도 공급물량이 적지 않은데도 가격 영향이 없다는 것은 예후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여러 규제책을 쏟아냈는데도 약발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계속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시장은 자꾸 피폐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정책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지 않는가.

물론 10.24 대책 파급 영향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적어도 이달을 지나봐야 약발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 상승 기류와 달리 거래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가격도 힘을 못 쓴다. 집이 안 팔리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급매물이 속출하게 되고 이는 시세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다가 공급이 늘어나면 분위기는 확 달라질 수 있다.

예전에 쭉 그래 왔다.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는 워낙 수요기반이 강해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 폭이 적을지 모르나 이도 약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울의 공급물량을 점검해보자.

국토교통부가 매달 발표하는 3개월 치 아파트 입주물량을 기반으로 따져봤다. 앞으로 나올 물량 등을 감안해 올해 아파트 입주량은 약 2만9000가구다. 국토부는 최근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서울에 총 4202가구 입주예정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전체 주택 준공물량은 9월까지 5만5785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었다. 여기에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 내 개별 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합치면 7만 가구를 훌쩍 넘을지 모른다.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이미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연립주택은 서울 강남권에서도 빈집이 적지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서다.

공급의 파급력은 정부 정책 못지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어쩌면 정책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 공급이 넘치면 집이 남아돌아 가격은 당연히 떨어지게 돼 있다.

이미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공급 과잉 여파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 같은 곳에는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출하되면서 가격은 물론 전세가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동탄은 위치가 좋은 곳까지 몇 달 사이 아파트값이 3000만~4000만원 빠졌다. 전세가격도 동반 하락했으나 세입자가 없어 빈집이 수두룩하다.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불리는 뉴스테이도 입주 포기사태가 벌어질 정도다.

평택도 심각하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의 입주물량은 4만9000가구로 추산된다. 수요는 1만 가구여서 공급이 4.9배 초과한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온전할리가 없다.

오산·광주·용인·수원·과천의 분위기도 안 좋다. 아파트 매매가·전세가격이 같이 내리는 장세다. 서울과 가까운 과천은 3월부터 10월까지 전세가격이 연이어 떨어지면서 총 2.7%나 하락했다.

한때 아파트 분양 붐이 일었던 곳일수록 침체의 골은 깊다. 공급 과잉 때문이다. 주택업체들은 큰 돈을 벌었는데 분양을 받은 수요자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수요가 풍성한 수도권이 이정도인데 기반이 취약한 지방은 어떻겠는가. 활기찼던 부산도 시장이 흔들린다. 10월 들어 7개 구가 하락장세로 바뀌었다. 10.24대책 약효가 드러나는 11월분 주택시장 동향에서는 심각성이 감지될 듯싶다. 경남ㆍ경북지역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신문 칼럼을 통해 공급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주택공급을 가로 막고 있다는 거다. 정말 짜증스럽기 짝이 없다.

어렵사리 집을 사준 수요자들은 아픔을 겪어야 할 판인데 자기들만 배를 불리겠다는 얘기다.

아마 주택업체들은 조만간 주택경기 침체로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며 그동안 묶었던 규제를 다시

풀 것을 요구할 게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이래저래 자금력이 약한 수요자들만 고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상 구조가 그렇다.

앞으로 집을 살 때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오르는 곳과 내린 곳이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아무 집이나 사지 말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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